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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이야기]이승만박사의 과속 일화

입력 | 2002-10-07 18:43:00


대통령 선거를 2개월 남짓 앞두고 대통령후보간의 자격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과속과 난폭 운전을 일삼는 대통령후보가 있다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재미있게도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 중 난폭 운전으로 부인을 공포에 떨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초대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박사의 이야기다.

이 박사는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20년대 미국에서 독립운동과 강연활동을 하며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넓은 미국 땅 곳곳에서 열리는 강연에 일일이 참석하기 위해선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시간에 맞추기 위해 난폭 운전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난폭 운전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봤던 사람이 바로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였다. 이 때문에 여사의 회고 중에는 이 박사의 난폭 운전에 대한 일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느 날 뉴욕에서 스케줄을 마친 이 박사는 프레스클럽에서의 강연 일정이 잡혀 있는 워싱턴으로 차를 몰고 나섰다. 이 날도 역시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달렸고 어느 순간 자신을 쫓아오는 경찰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함께 타고 있던 프란체스카 여사가 속도를 줄이라고 했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오히려 경찰을 따돌릴 요량으로 더욱 속도를 높였다.

뉴욕에서 시작된 추격전은 워싱턴까지 이어졌지만 경찰은 결국 이 박사의 차를 세우지 못했다. 프레스클럽에 정시에 도착한 그는 무사히 강연을 할 수 있었다. 뒤늦게 그의 차를 발견한 경찰은 강연장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 박사를 체포하기는커녕 강연에 감동을 받아 끝까지 경청했고 끝날 때에는 박수까지 쳤다. 강연이 끝난 뒤 경찰들은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내가 교통경찰 생활을 20년 동안 해 왔어도, 추격전을 벌이고 잡지 못한 속도위반 운전자는 당신 남편이 처음이오.”

결국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의 난폭 운전을 보다 못해 자신이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대를 넘겨받았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 박사의 난폭 운전에 유난히 신경이 쓰였던 것이 여사 자신의 과거 때문은 아니었을까. 프란체스카 여사는 20세 되던 때 자동차 경주선수인 헬무트 뵈링과 결혼했으나 자녀 없이 4년 만에 이혼했었으니 말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이 박사가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하는 모습에 또다시 이혼을 생각했다고 하니, 그녀는 스피드와 맞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