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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엽기성 코믹멜로 '비밀'

입력 | 2002-10-07 18:49:00

일본영화 ‘비밀’.사진제공 프리비젼


정상과 엽기의 경계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죽은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옮겨가 아빠와 딸의 부부생활이 시작된다는 설정의 일본 영화 ‘비밀’은, 다분히 엽기적인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간 멜로 영화다. 줄거리 전개가 계속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면서도 관객이 부담스러워할만한 경계선은 끝내 넘지 않는다.

가파른 산길에서 버스 추락 사고가 일어나고, 이 버스에 타고 있던 엄마와 딸이 함께 사경을 헤맨다. 병원에서 엄마 나오코 (기시모토 가요코)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의 영혼이 혼수상태인 딸 모나미 (히로스에 료코)에게 옮겨간다.

아버지 헤이스케 (고바야시 가오루)에게 “여보, 나야”하면서 깨어난 딸. 겉모습은 딸이면서도 의식은 아내인 모나미와 헤이스케의 부부생활이 시작된다.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깃든 ‘빙의(憑依)’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헤이스케가 찾아본 책에는 ‘빙의 현상을 보이던 알프스의 한 소녀가 2년 뒤 본인의 인격을 되찾았다’는 설명이 있다. 헤이스케와 모나미도 부부로 살다가 나중에 딸의 인격이 돌아오면 어찌될 것인가. 난감한 질문을 던지며 영화는 시작된다.

황당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지만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안전한 코믹 코드를 택했다. 마음은 40대 아내인데 몸은 20대 딸인 모나미를 차마 안을 수 없어 갈등하는 남편 헤이스케의 연기를 보다보면 야릇한 긴장 사이로 웃음이 나온다. 대학에 들어간 모나미에게 접근하는 청년 때문에 헤이스케가 노심초사하는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헤이스케는 모나미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내를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결심하나 모나미의 결혼식장 장면에 마지막 반전이 숨어 있다. 헤이스케 역을 맡은 고바야시 가오루 뿐 아니라 딸의 표정과 아내의 인격을 결합한 히로스에 료코의 연기도 좋다. 제2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자, 남자 주연상 수상작. 15세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