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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노래 잘 불러야 연기도 잘한다?

입력 | 2002-10-07 18:49:00


영화 ‘연애소설’과 ‘가문의 영광’을 보면 손예진과 김정은이 각각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여배우 모두 노래를 맛깔스럽게 불렀는데 김정은의 노래는 영화 OST에 실리기도 했다. 손예진이 노래한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는 시나리오에 있던 노래지만 김정은이 노래한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은 배우에 의해 바뀐 노래다.

애초 시나리오의 노래는 심수봉의 ‘백만송이의 장미’였다. ‘가문의 영광’의 원제도 ‘백만송이의 장미’였다. 주인공인 정준호는 심수봉의 노래를 좋아하는 마니아로 설정돼 있어 김정은이 영화에서 부르는 ‘백만송이의 장미’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앞두고 김정은이 느닷없이 ‘나 항상 그대를’로 노래를 바꾸자고 제안을 해왔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김정은이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로 돼 있어 그녀가 자신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긴 했으나 감독은 제목에 맞게 노래를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마침 영화 제목이 바뀌는 바람에 김정은의 요청대로 노래가 바뀌었다.

영화 속에서 정준호가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가수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다. 정준호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갖가지 코믹한 춤을 춰대는데 그를 아는 지인들은 이 장면에서 폭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유인즉, 이 장면은 박중훈 흉내였기 때문이다. 후배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는 박중훈이 후배들 앞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와 춤을 정준호가 영화에서 그대로 써먹은 것이다. 정준호는 선배의 애창곡을 영화에 사용한 댓가로 박중훈에게 술을 샀다고 한다. 소위 저작권료를 지불한 셈이다. 박중훈의 요즘 애창곡은 쿨의 ‘진실’로 바뀌었는데 언제 또 어느 후배가 이를 흉내 낼지 모를 일이다.

가수 활동도 겸하고 있는 안재욱, 음반을 2장이나 낸 적이 있는 장동건은 수준급의 가창력을 자랑하는데 두 사람은 요즘 윤도현의 노래에 푹 빠져 있다. 안재욱이 ‘너를 보내고’를, 장동건이 ‘사랑2’를 분위기 잡고 부를 때면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다. 장동건은 핸드폰 신호음까지 윤도현의 노래로 바꿔놓았다.

전자 기타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록 마니아 한재석은 매우 높은 음까지 올라가는 ‘B612’의 ‘나만의 그대 모습’을 부를 정도다.

주진모와 차태현은 한동안 노래를 시키면 무조건 SBS 드라마 ‘피아노’에 나왔던 ‘캔’의 노래 ‘내 생애 봄날은’을 불렀다. 강변가요제 출신답게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한석규는 안치환의 ‘내가 만일’을 감미롭게 부른다.

386세대 스타들 중에는 80년대의 노래를 애창곡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한 여자밖에 모르고 사는 신현준은 노래도 전영록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외에는 아는 노래가 없어 이 노래만 20년째 부르고 있고, 외로움을 참고 사는 김승우는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주제가이자 희망 사항이다.

이들의 라이브 노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길은 영화 속에서가 아니면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밖에 없을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