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리는 순간 두 선수는 나란히 손을 잡고 기도를 올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26살 동갑내기 듀오인 이은실과 석은미가 금메달 갈증에 시달리던 한국 여자 탁구를 구했다.
'이-석조'는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부산아시아경기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장이닝-리난조'에 풀세트 접전끝에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우승으로 그동안 유지혜와 김무교의 그늘에 가렸던 두 선수는 2000시드니올림픽 직전 짝을 이룬뒤 주요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을 합작하며 '유-김조'에 필적하는 명콤비로 부상했다.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이-석조는 올 5월 중국오픈과 7월의 브라질오픈을 연속 석권한뒤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세계 최정상의 왕난-궈얀조(중국)를 꺾으며 우승을 예고했다.
그러나 장이닝-리난조에 초반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고 다행히 3세트부터 적극적 공세를 펼친 것이 주효하며 승부는 세트 스코어 3-3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7세트에서도 승부는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졌지만 10-10 동점 상황에서 승부의 추를 한국쪽으로 돌린 것은 이은실의 행운볼. 장이닝의 서비스를 짧게 받아 넘긴 이은실의 리턴볼이 네트를 맞고 그대로 상대방 코트로 떨어지며 포인트로 연결된 것. 이어 장이닝의 서비스가 흔들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석은실이 강력한 포핸드 스패싱으로 기나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우승으로 나란히 연금 수혜 대상자가 된 두 선수는 "처음에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부담감이 커 부진했는데 지더라도 해보고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밀어 부친 것이 적중했다"며 "그동안 복식조로 함께 뛰며 성적을 못 낸 부담을 털어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이철승-유승민조가 박빙의 접전 끝에 김택수-오상은조를 4-3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유승민은 이번 대회 단체전과 혼합복식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다 이날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까지 덤으로 얻어 2년뒤 아테네올림픽 우승을 향해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울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8일 전적
△남자복식 결승
이철승-유승민 4(11-7 3-11 11-9 5-11 11-7 3-11 13-11)3 김택수-오상은
△여자복식 결승
이은실-석은미 4(9-11 8-11 11-8 7-11 11-8 11-9 12-10)3 장이닝-리난(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