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의 리향옥(24)이 2002부산아시안게임 그라운드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자선수로서는 비교적 큰 키(170㎝)에 시원시원한 플레이, 그리고 대포알같은 슛을 터트리며 `여자축구는 싱겁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국내 축구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
리향옥의 포지션은 한국축구 월드컵대표팀의 김남일(전남 드래곤즈)과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상대공격을 일차적으로 차단해 수비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게 주된 임무다.
리향옥은 중국, 일본, 대만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공격흐름을 읽는 정확한 눈과 예리한 판단력, 과감한 몸싸움 등으로 상대의 예봉을 잘 차단했다.
북한이 지금까지 치른 3번의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버틴 것은 중앙수비수 양경희를 축으로 한 수비수들의 방어벽이 튼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향옥이 미드필드에서부터 미리 차단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리향옥은 또 한번에 이어지는 긴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터기도 한다.
이는 리향옥이 남자선수를 연상시킬만큼 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리성근 감독이 주문하는 것으로 좁은 공간에서 아웅다웅 볼을 다투는 스타일을 일거에 무너뜨리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리향옥이 국내 축구팬들을 사로잡는 것은 대포알같은 슛이다.
7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강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데서 알 수 있 듯 리향옥의 왼발슛은 공포의 대상이다.
기껏해야 그라운드 위 30㎝를 벗어나지 않는데다 스피드가 남자선수의 슛을 방불케하고 있어 골문으로부터 30m지점까지만 접근해도 상대 수비수들이 긴장해야 할 정도.
북한여자축구를 처음 보는 국내 축구팬들은 리향옥의 `남자다운'(?) 플레이에 일차적으로 빠져들며 나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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