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임성민씨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찾아 풍경갤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동주기자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로 된 가게 가운데 추천할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임성민 아나운서(33·여)를 만났다.
아나운서에다 우리말과 글을 가꾸기 위해 애쓰는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www.urimal.org)의 ‘우리말 지킴이’로 2년 넘게 활동하고 있어 ‘적임자’란 생각에서다.
“인사동 어때요. 그 곳에 가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무’와 ‘달’이 있어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에서 종로 2가까지 이어지는 인사동 길을 임씨와 함께 걸었다. ‘웬 나무와 달?’이란 의문을 품고서.
인사동 거리의 간판 숲을 헤치고 그가 가장 먼저 데려간 곳은 ‘은과 나무’. 소박한 느낌을 주는 공예점으로 신라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귀금속을 현대화한 반지, 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은 장신구를 파는 곳이다.
“어때요, 은은하죠. 약간 투박하지만 작가의 손맛을 느낄 수 있잖아요. 간판과 달리 나무로 된 작품이 많지 않아 좀 아쉽지만….”
임씨가 택한 두 번째 장소는 ‘풍경갤러리’(www.pungkyung.co.kr). 동승(童僧)들의 산중생활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려 ‘동승화가’로 유명한 원성 스님이 그린 그림, 엽서, 달력 등을 모아 전시한 곳이다.
“일에 쫓겨 하루 하루를 보내다 문득 머리가 혼란스럽고 세상살이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 이 곳을 찾아요. 동승의 맑은 미소와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순수한 나’로 돌아가게 돼요.”
정오를 지나자 그는 “요즘 촬영중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서 엘리트 창녀역을 맡아 살을 빼고 있는 중인데….”라면서 식당 ‘사과나무’로 안내했다.
임씨가 추천한 카레와 비슷한 인도요리인 ‘치킨달밥’과 ‘치킨카레’를 주문했는데 맛이 독특했다.
임씨는 후식은 전통찻집이 좋을 것 같다며 시인 류시화의 산문집 제목을 그대로 옮겨온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로 안내했다. 농기구와 장독, 짚신 등으로 꾸며진 공간이 정말 예스러웠다.
“인사동에는 ‘천강에 뜨는 달’, ‘사람과 나무’, ‘낮에 나온 반달’ 등 나무와 달이란 우리말이 들어간 예쁜 가게가 참 많아요. 오랜만에 와보니 아쉽게도 ‘달뜨는 마을’과 ‘나의 남편은 나뭇꾼’은 사라졌지만….”
오후 2시 약속 때문에 일어서는 그에게 “왜 가게 이름에 나무와 달이 든 곳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아, 그거요. 나무는 변하지 않는 올곧음이 좋고, 달은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내 감정의 거울’ 같아 좋아요.”
이호갑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