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인 수녀(오른쪽)와 ‘사랑심기’ 명예회장인 김인숙여사.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던 우리 학생들에게 올 겨울은 따뜻한 계절이 될 것 같아요.”
올해로 12년째 ‘사랑심기’ 자선의 밤 행사를 벌이고 있는 미국인 안재인(安在仁·58) 수녀의 표정은 설렘이 가득했다.
올해 행사는 10일 오후 6시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릴 예정. 이날 마련한 기금은 광주의 지체장애아 교육 시설인 은혜학교의 온돌방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은혜학교는 1982년 안 수녀가 만든 장애인 조기 교육 센터로 84년엔 정식 교과과정을 갖춘 학교로 승격됐다. 안 수녀는 초대 교장을 맡기도 했다. 학생은 조기교육부터 중고교 과정까지 212명.
안 수녀는 26년 전 ‘사랑의 시튼 수녀회’ 소속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줄곧 장애인 사랑에 온 힘을 쏟아왔다.
안 수녀의 이름인 있을 재(在), 어질 인(仁)은 미국 이름인 Jane Ann을 한국식으로 풀어 쓴 것. 어진 품성을 뜻하지만 장애인 학생을 위해 일할 때만은 어질다기보다는 엄격하다.
은혜학교를 지을 때 안 수녀는 공사장 곳곳을 일일이 ‘검사’했다. 조금이라도 부실한 점이 있으면 잔소리하는 것은 예사. 인부들과 입 싸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안 수녀는 ‘깐깐한 외국인 수녀’로 불렸다.
안 수녀의 장애아 사랑은 김인숙(金仁淑·78) 여사 같은 후원자가 있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상협(金相浹·1920∼1995) 전 고려대 총장의 부인인 김 여사는 91년 안 수녀와 한국인 수녀들이 찾아와 후원을 요청하자 흔쾌히 받아들인 후 지금까지 계속 어머니 같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면서 ‘사랑의 시튼 수녀회’ 후원회인 ‘사랑심기’의 명예회장인 김 여사는 “좋은 일일수록 여러 종교가 함께해야 한다”며 평소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은혜학교 이야기를 꺼낸다. 후원금 마련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다.
김 여사는 학생들을 위해 물건을 살 때면 ‘장애학생들에게 줄 것’이라고 상인들에게 이야기해 물건을 좀 더 받아낸다. 김 여사는 “그럴 때면 (상인들에게) 이것이 바로 ‘후원’이라고 꼭 말해준다”며 웃었다.
‘할머니’를 외치며 품안에 뛰어 들어와 안기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절로 기운이 난다는 김 여사는 “후원은 꼭 큰돈을 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