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는 단풍을 지난 주말 골프장에서 확인했다. 날씨전문TV는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단풍 지도를 그려준다. 2주쯤 지나면 영화 ‘뉴욕의 가을’ 속 센트럴파크처럼 뉴욕은 단풍 천하가 될 것이다.
단풍이 타오르는 구릉지대를 보려면 맨해튼에서 두어시간 북쪽으로 달려야 한다. 단풍 색깔도 무척 선명하다. 먼지나 공해가 없으니 나뭇잎도 제 색깔을 맘껏 뽐낼 수 있다.
뉴욕 증시의 주식들은 지금 제 색깔을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뢰 붕괴라는 공해와 이라크 문제 불투명, 기업실적 전망 불투명 등 시계(視界)를 가리는 먼지덩어리들이 많은데 제 색깔이 날까. 이달 들어 시장이 하락 기조 속에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런 공해와 먼지 때문이 아닐까.
특히 8일 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주가지수 색깔이 녹색(상승)과 빨간색(하락)을 왔다갔다했다. 오전 상승세는 이내 주춤해져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오후에 강하게 치고 오른 뒤 종장 무렵 약간 꺾였다. 5일 만의 상승세였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500을 턱걸이 회복했다.
오후에 주가에 힘을 실어준 것은 폐쇄된 서부항만을 열기 위한 미 정부의 조치였다. 항만폐쇄가 2주일째로 접어들면서 하루 20억달러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조지 W 부시 정부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태프트 하틀리법’ 발동에 나섰다. 강제명령이 발동되면 80일간의 파업을 연기하는 냉각기간에 들어간다.
그동안 알래스카주는 항만 폐쇄로 주민 생필품을 운반할 배마저 항구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노사 양측을 설득해 화물을 취급하도록 하기도 했다. 소매 체인들이 “올 크리스마스엔 장식이 없을 것”이라면서 항구로 들어오지 못한 채 바다에 떠 있는 수입물품을 걱정하더니 그런 사태는 피하려는가 보다. 그렇지만 노조의 태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동안 쉬던 항만시설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독일(DAX) 49, 프랑스(CAC40) 41, 미국(S&P500) 30, 영국(FTSE100) 28, 일본(닛케이 225) 17…. 메달 수나 점수가 아니라 올해 주가하락비율(%)이다. ‘숨을 곳이 없다’는 주식투자자들의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 보다.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