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프로젝트 문건 - 사진제공 뉴스위크 한국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조직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최규선(崔圭善) 미래도시환경 대표의 파일에서 드러난 로비 프로젝트는 상세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실행되기도 했다. 최씨는 현재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지만 98년 초까지 국민회의 총재 보좌역으로 김 대통령을 독대할 정도의 실세였다. 최씨는 김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자신에게 “외환위기 사태만 극복하면 역사에 남네. 그리고 남북관계가 풀려 가지고…, 노벨평화상도 받을 거야. 그때도 자네가 역할을 해줘”라고 말한 일이 있다고 5월 증언하기도 했다.
▽노벨평화상 로비 프로젝트 내용〓최씨가 98년 5월 작성한 ‘M프로젝트’ ‘블루 카펫 프로젝트’ 추진계획 문건은 김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을 목표로 외국인 중심의 자발적 추대 조직을 구성하되 해외 조직 운영은 미국에서 총괄하고 국내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비공개 조정기구를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M’은 ‘메달’을, ‘블루 카펫’은 노벨상 시상식 때 단상에 까는 푸른 융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공개한 이들 문건은 ‘섭외 및 공략’ 방안으로 노벨평화상 선정 5인 위원회와 스웨덴 한림원 및 노르웨이 국회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선정해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재계의 해외 인프라 및 물적 자원 활용 △5인 위원회에 대해서는 개인 신상을 조사해 멤버 1인당 최소 3명이 마크하는 맨투맨식 접근 강화 △스웨덴 왕립학술원에 대한 에릭슨사의 영향력 활용 △국회 차원에서 노르웨이 국회와의 교류 확대 등을 건의했다.
▽실제 실행했나〓최씨는 문건을 정권 핵심부에 제출하기에 앞서 이미 98년 4월 하버드대 법대 교수였던 칼리드 압둘라 타리그 알만소르 박사와 컨설팅 계약을 하고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에 나섰다. 98년 6월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유엔인권상 수상을 추진하고 10월에는 마이클 잭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비무장지대(DMZ)에서 대규모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을 개최한다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마이클 잭슨의 DMZ 공연과 관련해 알만소르 박사는 이 계획에 유니세프의 참여를 유도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공연은 당초 계획과 달리 99년 6월 15일에야 이뤄졌다.
최씨는 또 99년 2월 노르웨이를 방문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간사인 게이르 룬데스타트 교수를 만났으며, 후에 룬데스타트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며칠 안에 김 대통령을 잠시 만나 교수님과 오슬로에서 만났던 일을 말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관계〓최씨가 작성한 문건들은 청와대 보고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루스벨트 4대 자유상’ 수상 문제와 관련해 최씨는 99년 4월 2일 박지원(朴智元·대통령비서실장)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에게 팩스로 문서를 보내 진행상황을 협의했다.
최씨는 이 문서에서 “루스벨트재단 휴블 이사장이 대통령님께 올리는 편지를 저에게 보내와 수석님께 전합니다. 그의 편지에 나타난 바와 같이 휴블 이사장은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으며 대통령님의 루스벨트 자유상 수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최씨는 최소한 루스벨트 자유상 건과 관련해서는 박 실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