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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안면도, 늦가을 지는해 가슴에 담아

입력 | 2002-10-10 16:07:00

안면도 삼봉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해넘이 풍경. 인파로 붐비지 않아 고즈넉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요즘에는 오후 6시쯤이면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안면도〓전영한기자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는 늦가을은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동해가 일출이라면 일몰은 서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서해로 낙조 여행을 떠나보자. 똑같은 수평선 위를 넘나들어도 뜨는 해와 지는 해는 느낌이 다르다. 일출은 보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일몰은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충남 태안반도의 안면도(安眠島)는 낙조를 비롯해 늦가을의 정취에 젖어들기 좋은 곳이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좁은 샛길을 따라 차를 달리면 한쪽엔 갯벌과 염전이, 반대쪽엔 누런 논밭이 펼쳐지는 평화로운 농어촌이다.

●꽃지와 삼봉의 낙조

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의 낙조는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그것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여름내 붐비던 해수욕장은 바닷물이 찬 요즘에도 낙조를 보러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할미와 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는 안면도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명물이다.

안면송이라 불리는 빽빽한 적송 숲을 뒤로 하고 떡고물처럼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을 딛고 서서 탁 트인 수평선을 마주한다. 수명을 다하고 떨어지는 해지만 오래도록 빛이 눈부셔 바로 보기 힘들다. 수평선 너머로 아주 넘어간 후에도 붉은 잔영은 오래 남는다.

꽃지 해변의 번잡함이 싫다면 삼봉해수욕장을 찾아가자. 꽃지해수욕장에서 해변가를 따라 닦아놓은 군도를 따라 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삼봉해수욕장이 나온다. 삼봉은 높이 18∼22m의 봉우리가 세갈래로 솟아 있는 야트막한 야산에서 이름을 땄다. 삼봉산 오른쪽엔 숨기 좋아 사랑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두 개 있다.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 작가들은 넓은 백사장을 버리고 삼봉산과 사랑바위 사이를 찾는다. 이곳의 일몰은 고즈넉한 맛이 있다.

해가 지는 시간은 오후 6시 안팎으로 5시반쯤 도착하면 차분한 마음으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바닷바람이 차므로 두툼한 윗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연 휴양림의 적송

안면도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섬의 한가운데에 안면송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 휴양림이 있다. 수령이 80∼100년쯤 되는 안면송은 나무 기둥의 위아래 굵기가 같은 원통형으로 곧게 뻗어있으며 붉은 기운을 띤다. 조선 왕실은 안면도의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하고 궁궐을 짓는 재목이나 배를 만드는 데 이용했다고 한다.

신선한 소나무 향을 맡으며 휴양림을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가량. 휴양림 내에 5∼19평 크기의 콘도형 통나무집이 21채 있다. 이용료는 2만∼7만원이며 주말에 이용하려면 연초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041-674-5019

●안면암의 부교

서해에서는 일몰과 함께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조계종의 사찰인 안면암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다. 안면암은 삼봉해수욕장의 반대편인 동쪽에 있다. 널따란 뻘밭과 바다 위로 해가 솟는다.

안면암의 명물은 물이 들어오면 뜨고 빠지면 가라앉는 200m 길이의 부교. 물이 빠지면 부교 위를 걸으며 양쪽에 펼쳐진 갯벌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 표면의 송송 뚫린 구멍 속으로 숨어드는 꽃게와 미끌미끌한 갯벌 위를 휘젓고 다니는 망동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아기자기하다.

부교 옆에 놓인 나무다리는 물이 들어오면 잠기는 일종의 잠수교. 물이 빠진 후에도 진흙이 다리 위에 남아 미끄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롯데 오션캐슬의 스파

안면도 여행은 롯데 오션캐슬에서 유황 해수목욕으로 마무리한다. 꽃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지어놓은 오션캐슬은 낙조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 주말에 예약하려면 한달 정도 여유를 두어야 하지만 리조트 내의 사우나 시설은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오션캐슬의 사우나와 스파 시설을 일컫는 아쿠아월드는 지하 420m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 해수로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10여가지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사우나 시설에는 유황 해수탕과 머드탕, 원적외선 사우나 독과 온돌 찜질방이 있다. 이용료는 6000원. 유황 해수에 레몬 재스민향 등을 띄운 스파 시설에서는 가족들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2인을 기준으로 사우나와 스파 이용료는 3만원. 사우나 시설에서 스파 시설로 가는 길은 공개돼 있어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수영복 대여료는 2000원이다. 이밖에 미용클리닉에서는 이스라엘의 사해 머드, 충남 보령의 머드, 이탈리아 해초 소금 등 천연재료를 이용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문의 041-671-7000

▼꽃게-대하 “지금이 제철”▼

안면도는 지금 꽃게와 대하(왕새우)가 제철이다.

섬의 서북쪽 백사장 포구에 늘어선 노점과 횟집에서는 ‘생물 대하 있슈’처럼 구수한 표어를 내걸고 막 잡아올린 꽃게와 대하를 판매중이다.

안면도에서는 충남의 대하 총 생산량의 70%가 잡힌다. 올 가을에는 대하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가격이 올랐다. 자연산 대하 최상품은 ㎏에 5만∼6만원. 크기가 큰 암놈의 경우 1㎏이면 18미(마리)쯤 되므로 1미에 3000원 꼴이다.

이곳에서는 대하를 날것으로 먹는다. 대가리를 떼고 껍질을 벗긴 후 초고추장이나 겨자장에 찍어 먹는데 뜻밖에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하고 달달하다. 남은 대하와 대가리는 소금에 구워 먹는다.

백사장에서 잡히는 꽃게는 껍질이 두껍고 연푸른색을 띤다. 가을부터 봄까지 속이 꽉 찬 꽃게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에 1만4000원.

꽃게는 증기로 찌거나 된장에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꽃게탕으로 먹는다. 백사장 포구의 횟집에서는 6명이 먹을 수 있는 꽃게탕을 6만원 선에 판다.

안면도의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안면도닷컴(anmyondo.com)은 인터넷에서 대하와 꽃게 주문을 받아 판매 중이다.

안면도는 사면이 바다여서 꽃게와 대하 말고도 광어 도다리 등 해산물이 싱싱하고 고소하다. 특히 우럭에 미역을 넣어 끓인 우럭 매운탕 지리는 추천할 만하다.

또 토질이 좋아 해산물 요리에 딸려 나오는 고구마 호박찜 콩도 맛있다.

안면도〓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