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네스 펠트로
패션쇼나 TV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스타들의 몸매다. 멋쟁이 모델에게 한가지 질문하라고 한다면 “당신 옷을 누가 디자인해 줬나”가 아니라 “당신 몸매를 누가 디자인해 줬나”라고 묻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모델들 사이에서도 첫째 관심사는 다이어트다. 예전엔 다이어트 이야기를 꺼낼 때는 성형수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 닥터가 어떤지 큰 소리로 다이어트 주치의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특히 할리우드나 패션계에선 여럿이 똑같은 방법으로 하는 ‘끼리끼리 다이어트’가 유행이다.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서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까 오래 버티기에 좋다는 것.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자’고 주장하는 닥터 로버트 애킨스의 단백질 다이어트(atkinscenter.com)는 뉴욕의 명사들이 애용한다. 제트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교계의 유명인사 마리 샹탈 그리스 황태자비와 알렉산드라 폰 퍼스텐버그 자매도 애킨스파에 속한다. 1972년에 처음 나온 닥터 애킨스의 책은 1997년 ‘새로운 다이어트 혁명’으로 다듬어진 뒤 277주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조언부문) 리스트에 올라 있다. 9월 마지막 주에도 1위를 지켰다.
‘체중감시단’을 조직해 끼리끼리 비만을 감시하거나 나홀로 요가에 몰두하며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할리우드의 스타 여배우들.위에서부터 니콜 키드먼, 힐러리 스웽크, 로시 오도넬, 제니퍼 애니스톤.동아일보 자료사진
할리우드에선 ‘체중감시단(Weight Watchers·www.weightwatchers.com)’이란 이름의 단체 다이어트가 유행이다. 배우 로시 오도넬 등이 “몸으로 보여주겠다”면서 방송을 통해서도 적극 전파해 참여자가 많아졌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서 건강한 몸이 나온다’는 슬로건으로 운동과 야채섭취 등 종합처방을 해주며 6개월에 한차례씩 모임을 갖고 성공사례를 전파한다.
닥터 배리 시어스가 1980년대에 창안해 1995년 책을 통해 확산시킨 ‘존 다이어트(www.zoneperfect.com/Site/Content/index.asp)’도 7년째 할리우드에서 인기다. 이용자는 브래드 피트의 아내로 세계 여성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제니퍼 애니스톤,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틴 데이비스 등 막강군단이다. 고객에겐 영양소별로 배합된 하루 4달러95센트짜리 음식이 매일 검은 봉지에 담겨 배달된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고 날씬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패션모델이나 스타들 중에는 스트레스를 없애거나 담배를 끊거나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 의사나 식이요법 전문가를 찾기도 한다. 귀네스 펠트로의 경우 얼마 전 다섯 차례나 감기치레를 한 끝에 요가선생을 통해 소개받은 식이요법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장수식품을 먹고 있다. 1m78, 50㎏의 몸매인 그녀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누어 구하는 체질량지수(BMI)가 16으로 저체중(18.5 미만)으로 분류된다. 가수 마돈나도 장수식품 이용자 계열에 속한다.
패션모델들은 디자이너에게 옷을 맞추듯 의사를 통해 자신의 몸에 맞춘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몸매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적 부담감 때문에 억지로 살빼기에 나섰다가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많다. 최신유행 다이어트에 너무 쉽게 몸을 내맡기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감기 천식약을 많이 먹고 생긴 후유증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모두가 다이어트에 매달려도 문제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걱정 말라’고 대답한다. “다이어트도 패션과 똑같이 유행을 탄다.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에선 비만 여부를 측정하는 BMI가 30(동양인은 25)을 넘으면 비만으로, 25∼29.9면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그야말로 묵직한 나라다. 미국 성인 가운데 무려 27%가 비만에 속한다. 34%는 과체중이다.
스타들의 BMI를 들여다보는 것은 또 하나의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그냥 참고만 하자. 데미 무어(1m65, 59㎏)는 22, 농구선수 리사 레슬리(1m96, 77㎏)는 20으로 건강체중(18.5∼24.9)에 속한다. 줄리아 로버츠(1m75, 54㎏)와 힐러리 스웽크(1m70, 53㎏)는 18, 니콜 키드먼(1m78, 54㎏)과 마돈나(1m63, 46㎏)는 17로 귀네스 펠트로와 함께 저체중에 속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