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 잡혀 있는 남편을 구출하러 나선 아줌마의 무용담
금순 (배두나)은 부상으로 은퇴한 뒤 회사원 준태 (김태우)와 결혼한 전 국가대표 배구선수. 살림 솜씨는 엉망인데다 “맨날 까먹고 빼먹고 흘리고 태우는” 천방지축 신혼 주부이지만, 구김살 없고 씩씩하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시부모를 맞기 위해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는 금순에게, 남편 준태 (김태우)가 술집에서 170만원어치 술값 바가지를 쓰고 잡혀 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남편을 데려오기 위해 6개월된 딸 아이를 들쳐업고 집을 나선 금순은 우연히 맞닥뜨린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유흥가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난생 처음 가본 유흥가에서 아줌마 금순이 겪는 하룻밤의 좌충우돌 무용담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제한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서바이벌 게임처럼, 금순이 무사히 남편을 구출해서 다음날 새벽 5시에 올라올 시부모보다 먼저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가 단순하므로 금순이 남편을 구출하는 데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코미디의 성패를 좌우한다. 미성년자를 유혹하던 중년 남자, 노래방에서 일하는 옌볜 아줌마, 조직 폭력배, 사기꾼 등과 금순이 우연히 만나고 충돌하며 갖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 충돌의 에피소드들이 너무 밋밋하다는 점. 조직 폭력배의 보스가 입은 흰 양복을 버렸다고 금순을 추적하는 폭력배들의 에피소드도 너무 길다. 남편이 붙잡혀 있는 술집을 못찾아서 우왕좌왕하다 사고를 치는 금순처럼, 영화도 함께 헤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전업 주부가 겪는 일반적 곤경을 코믹하게 그린 시도는 평가할 만 하다. 금순은 전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 뛰어다녔지만, 정작 시부모가 도착했을 때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다. 시부모를 맞은 금순이 뭐라고 말도 못하고 넋나간 얼굴로 서 있다가 서럽게 우는 장면은 짜임새 허술한 이 영화를 그래도 밉지 않게 마무리한다.
배두나는 영화 내내 아이를 들쳐업고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배구 선수의 강 스파이크 실력으로 남편을 구출하는 철없는 아내 역에 잘 맞는다.
공연 ‘난타’를 기획했던 송승환씨가 공동 제작했다. 감독 현남섭. 12세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