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화가 흐르는 한자]大 器 晩 成(대기만성)

입력 | 2002-10-10 17:48:00


大 器 晩 成(대기만성)

器-그릇 기 晩-늦을 만 戰-싸울 전

潰-무너질 궤 壯-굳셀 장 隅-모퉁이 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급한 民族性(민족성)을 띄게 되었다. 차도 남보다 먼저 몰아야 하고 줄도 먼저 서야 한다. 廣告(광고)에도 버젓이 ‘先着順’(선착순)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반드시 조급해하고 서둘러야만 일이 되는 것일까.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우리가 大器晩成이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그리 서두를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西漢(서한)말의 馬援(마원)은 어려서부터 야심이 많았지만 좀처럼 등용되지 못한 채 어렵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논밭이나 관리하는 말단 관직을 받아 부임 인사차 형인 馬況(마황)에게 들렀다. 형이 말했다.

“너는 大器晩成형의 인물이다. 기술이 뛰어난 목수는 산에서 갓 베어낸 나무를 절대로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먼저 잘 다듬은 다음에 선을 뵈지. 열심히 노력해라.”

과연 그는 형의 말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후에 東漢(동한)이 서자 光武帝(광무제)를 도와 혁혁한 공을 세워 관직이 伏波將軍(복파장군)까지 올랐다. 伏波將軍이라면 西漢 漢武帝(한무제) 때부터 있었던 관직으로 將軍 중에서도 戰功(전공)이 뛰어난 사람에게만 授與(수여)되었던 관직이다. 후에 洞庭湖(동정호) 일대에서 반란이 일었다. 조정에서 진압군을 파견했지만 怪疾(괴질)에 걸려 潰滅(궤멸)되고 말았다. 光武帝가 난처해하자 그는 출병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의 나이 예순이 넘어서였다. 그는 마침내 반군을 진압하여 성공적으로 개선했다.‘老益壯’(노익장)의 고사다. 비록 大器晩成의 인물이었지만 老益壯까지 과시했던 셈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삼국시대 魏(위)나라에 崔琰(최염)이라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다. 그의 從弟(종제)에 崔林(최임)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다지 영리해 보이지 않았던지 친척들로부터 천치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崔炎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큰 鐘(종)이나 큰 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多才多能(다재다능)한 인물 역시 그렇다. 崔林은 大器晩成형이다. 언젠가는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과연 후에 그는 三公(삼공)이 되어 천자를 보필하는 대임을 맡게 되었다.

본디 大器晩成이라는 말은 老子(노자)에 처음 보인다.

‘大方無隅, 大器晩成(대방무우, 대기만성)-大地(대지)에는 구석이 있을 수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요컨대 훌륭한 인물은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등장한다는 뜻이다.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