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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아이 엠 샘’ 일곱살 지능 아빠, 여덟살 딸 되찾기

입력 | 2002-10-10 19:06:00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흐믓하고 행복하다.

샘에게는 그 순간이 남들보다 너무 일찍 찾아왔다. 딸 루시는 여덟살이 되면서 일곱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아빠보다 똑똑해졌으니까.

매일 밤 딸에게 쉬운 동화책을 읽어주던 아빠는 어느 순간부터 딸에게 책을 읽어줄 수 없다. “선생님이 이번에는 어려운 책을 주셨구나.”

‘아이 엠 샘’은 부녀간의 두터운 사랑을 뭉클하게 그린 영화다. 지능이 낮은 샘은 시간당 8달러를 받으며 커피 전문점에서 일한다. 그의 유일한 행복은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딸 루시. 샘은 루시를 데리고 자신과 비슷한 지적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수요일에는 외식을, 목요일에는 비디오를, 금요일에는 노래방에 가며 행복하게 지낸다.

똘똘한 루시는 커가면서 아빠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마침내 루시는 아빠의 지능을 추월해 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부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결국 사회복지기관에서 샘의 가정을 방문한다. 샘은 지능이 낮아 양육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루시를 복지시설에 빼앗긴다. 샘은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구하고,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여성 변호사 리타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료로 샘의 사건을 맡게된다.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 사랑으로 굳게 맺어진 샘과 루시와의 관계와 아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만을 안겨주는 리타의 아들 윌리와의 관계를 대비시켜 많이 배웠다고, 많이 가졌다고 행복이 비례해서 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은 울고 웃는다. 긴장감있게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에 비해 결말이 싱거운 것이 흠. 가슴 따뜻하고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볼만하다.

샘 역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숀 펜의 연기는 돋보인다. 루시 역을 맡은 다코다 패닝은 어린 시절의 드류 배리모어를 연상케 할만큼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내는 것은 영화 전편에 걸쳐 흐르는 주옥같은 ‘비틀스’의 음악이다.

샘은 IQ가 7세 수준이지만 ‘비틀스’의 모든 것은 줄줄 꿰고 있기 때문. 대사와 이야기 전개에 맞춰 ‘비틀스’의 노래가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루시가 태어났을 때 딸을 품에 안은 샘의 얼굴 위로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흐르고 간호사가 애기의 이름을 묻을 때 샘은 ‘루시’라고 대답한다. 이밖에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블랙 버드(Black Bird)’ 등 비틀스의 히트곡들이 나온다. 12세 이상. 18일 개봉. 원제 ‘I am Sam’.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