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축구 준결승전 한국-이란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한국 대표팀이 이란 대표팀이 환호하는 가운데 고개를 숙인 채 운동장에 쓰러져 있다.
11명의 태극전사는 물론 2만5000여 팬도 말을 잃었다. 이란 마지막 키커의 킥이 그물을 흔드는 순간 부산 구덕운동장은 일순 침묵에 휩싸였다. 월드컵 4강, 그 여세를 몰아 16년 만에 아시아경기 정상에 복귀하려던 꿈이 무산된 충격은 그토록 컸다.
한국은 10일 열린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이란과 연장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월드컵 스타 이영표의 킥이 골문을 맞고 튕겨나간 것이 패인. 이에 따라 축구 금메달은 13일 일본과 이란의 대결로 가려지게 됐으며 한국은 태국과 3, 4위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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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란의 저항은 매서웠다. 이란은 처음부터 승부차기를 노리고 수비 위주로 나왔다.
기본 포메이션은 4-4-2. 그러나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뒀다. 미드필더 2명은 뒤에 처져 있어 사실상 6명이 수비한 셈.
한국은 이처럼 두꺼운 수비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기본 포메이션을 3-4-3에서 3-5-2로 바꾸고 함께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미드필더들이 공격 때 양쪽 날개와 최전방 공격수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번번이 맥이 끊겼다.
골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아크서클 오른쪽 외곽에서 찬 최태욱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왔을 때 김두현이 달려들며 다시 슛을 쏘았지만 볼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후반 7분엔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띄워준 볼을 골문 앞에서 김은중이 다이빙하며 헤딩했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었고 이어 10분 뒤 조성환의 헤딩슛도 골문을 벗어났다.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 한국은 두번째 키커인 이영표의 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왔으나 이란의 키커 5명은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