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개전을 위한 후속절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이라크 문제에 관한 대(對) 국민 연설에서 “의회의 전쟁 결의안 승인이 곧 전쟁이 임박했다거나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에 대해 성역 없는 전면적인 사찰을 허용하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완전 파기할 경우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했으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 △주요 국가 설득 △전투병력의 배치 등 외교 군사적 준비단계를 거쳐 이라크를 칠 것이 유력시된다.
미국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이라크 공격에 반대해온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을 설득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런던에서 열린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러시아는 유엔의 새 결의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의회 결의안은 유엔의 동의 없이도 미국 단독으로 군사작전을 할 수 있게 허용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동의가 개전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개전 시기는 미군이 사막의 열기를 피할 수 있고, 무거운 생화학전 방호장비를 착용해도 큰 불편이 없는 11월 말에서 내년 1, 2월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②전쟁비용
로런스 린지 백악관경제보좌관은 지난달 16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서 “대이라크전쟁에 소요되는 비용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000억∼2000억달러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날 발간된 뉴스위크는 GDP의 1%에도 못 미치는 40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전비는 전쟁이 얼마나 계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 의회예산국은 지난달 말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이라크 전비로 개전 첫 달에 80억∼90억달러가 들고 이후엔 월 60억∼80억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 현지에 미군을 점령군으로 주둔시키는 비용은 월 10억∼40억달러가 예상된다. 미 정부와 언론은 전비가 최고 20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해도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역대 전쟁에서 치른 전비는 △제2차 세계대전 4조7000억달러 △제1차 세계대전 5770억달러 △베트남전 5720억달러 △한국전쟁 약 4000억달러 △91년 걸프전 약 800억달러 순.
그러나 미국은 걸프전과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공습 때처럼 국제사회에 대해 전비 분담이나 각종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걸프전 때도 한국이 5억달러를 내는 등 동맹국들이 전체 전비의 3분의 2 수준인 500여억달러를 분담했다.
③유가 전망
현재 배럴당 30달러 정도인 유가가 이라크전으로 급등할 것인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파역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메드 자키 야마니 전 석유상은 지난달 24일 이라크전이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최근 국제유가를 배럴당 70달러, 미국의 모건스탠리증권은 배럴당 45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반면 LA타임스는 이라크가 걸프전 때보다 석유생산량을 크게 줄여 현재 세계 석유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로 떨어진 반면 다른 산유국들은 증산할 것이기 때문에 걸프전 때와 같은 유가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지난달 15일 보도했다.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는 유가가 2배로 급등해 배럴당 최고 41달러로 치솟았다가 91년 1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시점에선 20달러 정도로 정상화됐다.
세계적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 미 퀀텀펀드 회장은 이라크전이 미국의 조기 승리로 끝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8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