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고종이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하게 나라의 멸망을 바라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종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합니다.”
천안대 유관순연구소가 동아일보 후원으로 11일 충남 천안시 천안대 국제회의실에서 주최한 ‘유관순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전 주미 한국대사관 자료조사관을 지낸 캐럴 쇼 여사(59·사진)는 “한국인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권회복을 위한 고종의 영웅적인 노력’이라는 발표 논문에서 “고종은 1899년 이후 일본과 러시아간에 끊임없이 전운이 감돌고 있었지만 협상과 조약협정 의정서 등을 통해 한반도를 온전하게 유지하려 노력했다”며 “고종이 1906년부터 일본군에 의해 사실상 구금상태에 있었으면서도 알려진 것과 달리 의기소침하거나 심리적 불안감에 떨지 않고 용기 있게 투쟁했다”고 주장했다.
유관순 열사의 5촌 조카인 유제경 전 공주사범대 교수(85·왼쪽)가 자신이 첫돌을 맞았을 때 유 열사가 선물로 줬던 삼색 뜨개 모자를 바라보고 있다. - 권기태기자
쇼 여사는 그 근거로 자신이 위험에 빠질 처지에 있었는데도 이듬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차 헤이그 평화회담에 이위종(李瑋鍾) 열사 등을 밀사로 파견한 사실을 드는 등 새로운 사실보다는 기존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쇼 여사는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1950년 한국에 처음 왔으며 한국과 중국의 법률사를 연구하던 윌리엄 쇼를 서울외국인학교에서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존스홉킨스대에서 한국 역사를 가르쳤고 쇼 여사는 1999년부터 주미 한국대사관 자료실에서 대사관의 자료 정리를 도왔다.
쇼 여사는 남편과 자신이 모은 자료를 토대로 1904년부터 1907년까지 일제의 한국 강점의 역사, 특히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위종 열사의 활약상 등을 다룬 ‘한국에 띄우는 역사적 러브레터’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