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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아내에게 바치는 금빛 연가

입력 | 2002-10-13 14:26:00

‘금메달의 영광을 당신께’. 우슈 태극권 전능에서 우승한 양성찬(오른쪽)이 시상식 직후 중국인 아내이자 스승인 문감홍씨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다.부산〓특별취재반


“당신 덕분이야”.

12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우슈 태극권 전능에서 한국에 뜻밖의 금메달을 안긴 양성찬(34·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동메달도 어렵다던 이 낯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도 물론 기뻤다. 그러나 더 기쁜 일은 남편을 따라 이국 땅에 온 중국인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 뒤늦게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양성찬의 아내는 중국인 문감홍씨(32·門敢紅·중국명 먼간홍). 그는 이날 보조심판으로 나서 남편의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이들 부부는 처음엔 스승과 제자 사이. 어려서부터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던 양성찬은 87년 제주전문대에 입학한 뒤 우슈에 빠져 들었다. 95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양씨는 종주국에서 기량을 쌓기 위해 96년 중국 베이징 무술원에 2개월간의 단기 연수를 떠났다. 양성찬과 아내 문씨의 운명적 만남은 여기서 이루어졌다.

당시 양성찬의 전임코치가 바로 문씨. 태극권의 대가이자 전 베이징체대 교수인 먼훼이펑씨(63)의 딸인 문씨는 현역생활을 마치고 막 지도자길을 걷기 시작한 때였다.

양성찬은 자상하게 지도해주는 문씨에게 호감을 가졌고 문씨도 열성적인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짧은 연수기간이 끝나고 양성찬이 귀국한 뒤에도 이들은 전화와 편지를 통해 사랑을 키웠다. 국경을 넘은 이들의 사랑은 97년 12월 결실을 맺었다.

아내 문씨는 남편이 대표선수가 된 뒤에도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남편이 주말 집에 돌아오면 일일이 우슈 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자상한 아내보다 엄한 스승의 역할을 자청했던 것. 이같은 문씨의 노력은 한국팀의 우슈 첫 금메달로 결실을 맺었다. 문씨는 서울 신천에 태극무술원을 차려 우슈를 보급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양성찬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8년간의 대표생활을 접고 후배들을 양성할 계획.

문씨는 ‘남편의 우승이 결정됐을 때 눈물이 나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게 태극권의 가르침”이라면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