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피검사를 통해 50세에 폐암이 걸릴 확률이 80%라는 진단을 받으면 당장 금연할 겁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열홍 교수(44)는 한국인에게 잘 걸리는 암 중에서 유전성이 강한 폐암 유방암 난소암 관련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다.
또 그는 최근에 문을 연 보건복지부 지정 폐암 유방암 난소암 유전체 연구센터 소장이다.
김 교수는 “담배를 80세까지 피우더라도 폐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40세에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이는 사람의 몸 속에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인 감수성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30대에 금연을 하더라도 이 중 1%가, 50대에 금연을 하면 이 중 5%가 폐암에 걸려 죽는 것은 이미 감수성에 영향을 받은 유전자로 인해 2차적인 암 발생 유전자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감수성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폐암을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유전적 감수성에 따른 암 예방 대책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년 동안 연구한 결실로 폐암 발생의 중요한 유전자 2개를 확인했는데 이것이 한국사람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지, 폐암 환자에게만 특이하게 나타나는지는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암 발생 유전자를 찾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그 잠재력으로 보면 엄청난 시장”이라며 “일본도 정부가 매년 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투자되는 연구비는 일본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사람의 혈액을 통해 난소암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를 찾았으며 이 유전자의 발현 물질인 단백질을 분석해 조기에 난소암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유방암도 기존에 알려진 암 발생 유전자 외에 보조적인 유전자들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논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혈액으로 폐암 유방암 난소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이를 통해 암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