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사진제공 다음기획
강산에(39)가 돌아왔다.
새 음반의 타이틀은 이색적으로 본명 ‘강영걸’을 내세웠다.
정규음반으로는 1998년 4집 ‘연어’이후 4년반만이다.
왜 본명을 내세웠을까.
“뿌리 찾기죠. 나이가 들수록 나의 근원이 궁금해집니다.”
그는 그 뿌리를 아버지에게서 찾으려 한다. 아버지는 세살때 돌아가셨다. 지금은 빛바랜 흑백 사진 한장만이 연결 고리일 뿐.
음반의 첫 수록곡 ‘명태’(작사 작곡 산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노래다. 오현명의 가곡을 모티브로 한 이 노래에는 ‘어찌 아아왔니, 아바이’ 등 걸쭉한 함경도 사투리가 랩 스타일로 섞여 있다. 그는 속초의 아바이 마을에서 함경도 사투리를 익혔다. 함경도 사투리가 억세 곡의 진행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는 멜로디의 매끄러움을 포기하고 사투리를 앞세웠다.
타이틀곡은 ‘지금’(작사작곡 산에)은 강산에가 처음 시도한 러브 발라드. 그만큼 새음반의 수록곡들과 결이 다르다.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 노래해 가식없는 보컬의 질박함이 여운을 짙게 남긴다. 강산에는 “의미를 앞세우기 보다 팬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위한 노래”이라고 말했다.
이전 그의 음반이 그렇듯 새음반도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영걸이 꿈’은 꿈속의 꿈을 노래했다. 현실은 또다른 꿈일지도 모른다는 게 노래의 주제다. ‘이해와 오해사이’에서 그는 ‘이해는 곧 착각의 오해’일 것이라고 노래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해가 때론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도 비유했다. ‘와그라노’(왜 그러나)는 경상도 사투리만으로 가사를 쓴 노래다. 사투리도 음악이 된다.
강산에는 92년 ‘라구요’로 데뷔한 뒤 ‘넌 할 수 있어’ ‘삐딱하게’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으로 분단이나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을 서정적인 메시지로 담아온 가수. ‘라구요’는 분단의 아픔을 담은 가요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수작중 하나이고 ‘거꾸로…’는 고단한 일상을 헤치고 나가는 아름다움을 담았다.
“이전 평가가 어쨌든 여전히 난 초보입니다. 삶은 흘러가는 구름이고 음악도 그렇습니다. 음반을 낼 때마다 과거의 나를 잊곤 합니다.”
결혼한 지 오래된 그는 최근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내 사고가 유아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아버지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아무튼 이젠 아이를 낳기로 했다”고.
강산에는 15일∼20일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콘서트 ‘지가예 강영걸이라예∼’를 갖는다. 레퍼토리는 ‘할아버지와 수박’ ‘명태’ 등.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반, 토 6시, 일 3시. 4만원. 02-3272-2334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