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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47…돌잡이 (13)

입력 | 2002-10-13 17:20:00


“우철아, 히바상(증조 할머니)을 조선말로 뭐라고 하지?” 이나모리 키와는 칠로 공무늬와 화살깃을 그려넣은 허리띠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어머니의 유품으로 키와가 이름 다음으로 애착을 느끼는 물건이었다.

“증조 할매요.”

“증조 할매. 그럼 히마고는(증손자)?”

“증손자입니다.”

“증손자, 오호호호, 참 귀엽다”

용하는 아들과 일본말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는 산파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집에 들어온 후로 내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참 대단하다, 도저히 흉내도 못 내겠다. 그리고 저 허리띠, 배를 졸라매고 있으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저렇게 옷자락이 좁아서야, 뒷간에서 일을 볼 때는 어떻게 할까. 그건 그렇고, 앉는 자세하며 입은 옷하며 일본 사람들은 갑갑한 것을 좋아하나보다. 돌잔치를 할 때는 산파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라서 리어커에 태워 낑낑 데리고 왔다. 미역국과 흰밥과 미나리 나물을 맛있게 먹어주어 다행이기는 한데, 문제는 선물이다. 보통은 버선이나 속옷을 선물하는데, 일본 사람이 우리네 버선이나 속옷을 신고 입을 리가 없다. 희향과 의논해서, 내일동 옷가게에 가서 다비(일본식 버선)과 조리(일본식 짚신)를 사 포장했는데, 과연 마음에 들지. 일본 사람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철이 녀석, 좀 더 얘기를 많이 하면 좋을 텐데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뭐라고 말을 걸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돌상에 올리는 것의 유래를 설명해 주자. 일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조선에서는 한 살 되는 생일 잔치를 돌잔치라고 합니다. 돌상에 올리는 것은 옛날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다 뜻과 소원이 담겨 있죠. 우선 돌 떡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백설기에는 신성함과 순수함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고, 빨간 수수경단에는 덕을 많이 쌓으라는 바램과 액막이의 뜻이 담겨 있고, 송편에는 머리 속에 지식을 꼭꼭 담으라는 뜻이 있습니다. 돌잔치가 끝나면 돌떡을 접시에 담아 동네 사람들에게 돌립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답으로 쌀이나 돈이나 무명실을 접시에 담아 돌려줍니다. 돌떡을 받은 접시를 그대로 돌려주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