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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간염 완전정복" 새 치료제 개발 초읽기

입력 | 2002-10-13 17:20:00



‘깜깜한 동굴 속일까, 끝이 보이는 터널 속일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간염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조만간 ‘간염 완치’라는 빛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지 고민하면서 환자를 치료했다. 1998년 B형 간염을 치료하는 먹는 약 라미부딘(상품명 제픽스)이 시판되면서 당장 80∼90%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났지만 곧이어 ‘내성 바이러스’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내성 문제를 해결해 줄 약을 비롯해 새로운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간염과의 전쟁에서 여러 ‘무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바이러스를 초토화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의사들은 ‘터널의 끝에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간염이 악화돼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숨지고 있다.

‘간의 날’(매년 10월 20일)을 앞두고 현재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가 ‘우군’이 올 때까지 어떻게 ‘바이러스와의 전장’에서 간을 지켜야 할지를 알아본다.

마침 9월 말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간학회’에서 각국의 의사들은 B형 간염 환자의 치료법에 대한 지침을 내놓았다.

▽B형 간염과 치료 원칙〓B형 간염에 감염되는 것은 대부분 아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병을 얻는 ‘수직 감염’이 가장 많고 면역력이 약한 어릴 적 감염이 그 다음이다.

이 경우에는 90% 이상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가 상당수는 20∼40년 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간염이 생긴다. 반면 어른이 됐을 때 감염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5% 미만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바이러스 보유자라고 모두 만성 간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평생 보유 상태로만 살고 더러 저절로 바이러스가 없어지기도 한다.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떤 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으며 음주, 흡연, 과로 등을 피하며 간염 발병을 예방하는데 신경 쓰면 된다.

간염이 발병해 혈액 속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되고 간수치(ALT)가 정상의 2배 이상일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인터페론 주사를 맞거나 제픽스를 복용한다. 치료 중에는 1∼3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도록 한다.

▽치료제의 특성과 문제〓인터페론은 4∼6개월 동안 주 3회씩 맞으면 30∼40%에게서 효과가 있지만 근육통, 식욕감퇴,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제픽스는 1년 동안 복용하면 당장 80∼90%에게서 간수치가 떨어지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15∼20%는 약을 끊어도 될 정도로 완치된다 반면 매년 15∼20%에게서 약의 내성이 생기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특히 임의로 약을 끊으면 재발하거나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국내에서는 정부가 1년까지만 보험을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 환자들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1년 이후에는 먹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 의사들과 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환자들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다가 내성이 생겼을 때에도 내성 바이러스는 대부분 활동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약을 계속 먹는 것이 좋다. 다만 간수치가 상승했을 때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끊는다. 환자가 임의로 무작정 약을 끊으면 갑자기 간 기능이 악화돼 숨질 위험도 있다.

제픽스는 치료 중 6개월 동안 혈액 속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보이지 않고 △GOP GTP 등 간세포가 깨지면서 나오는 효소의 수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유지되고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 생기는 e-항원이 보이지 않을 때 복용을 중단한다. 일단 완치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혹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3개월 동안 매달, 이후에는 3∼6개월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인터페론이나 제픽스로 간을 관리하면서 ‘새 무기’를 기다리면 간염을 완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 치료제 중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아데포비어는 콩팥에 독성이 있는 것이 흠이지만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제픽스와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3단계 임상시험 중인 BMS사의 엔테카비어도 내성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로슈사는 1주에 한번 맞으면 되는 인터페론인 ‘페가시스’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국내의 부광약품이 개발 중인 클레부딘이 2단계 임상시험 중이며 이밖에 수많은 약들이 간염과의 전쟁을 벼르며 개발 중에 있다.(도움말〓대한간학회 한광협 총무이사)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B형간염 예방하려면…▼

B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아기 때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거나 환자일 경우 아이를 낳자마자 12시간 안에 예방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함께 접종한다. 엄마가 정상이면 생후 2개월 안에 첫 백신을 맞힌다. 추가 접종 여부는 백신에 따라 다르다. 어른은 처음 한 번 접종한 뒤 항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1, 2차례 추가 접종한다. 그래도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접종 후 항체가 생길 확률이 떨어지므로 늦어도 20대 이전에 맞도록 한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가 어른 때 감염되면 대부분 △구역질, 구토, 식욕 감퇴를 동반한 만성 피로감 △황달 △체중 감소 △복통과 복부 불쾌감 △짙은 색깔의 소변 △복부 팽만 △부기 등의 간염 증세를 보이다가 4∼12주 뒤 회복된다. 이 때 과로 음주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낫지 않고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항체가 생기지 않은 성인이 B형 간염 환자와 성관계나 혈액 접촉을 했다면 가급적 빨리 면역글로블린을 주사받고 간염 검사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