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가구1주택이라도 실거래 가격이 6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물리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아파트 보유자들까지 선의의 피해자로 만드는 수준 낮은 정책이다.
정부가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마련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에 따르면 전용면적 기준 45평 이상 아파트를 고급주택(호화주택)으로 분류해 중과세하는 소득세법 규정을 바꾸어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호화 주택 면적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중과세하게 된다.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면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 등의 일부 30∼40평형대 아파트는 물론이고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지은 지 수십년이 지난 10∼20평형대의 저밀도 낡은 아파트도 중과세 대상이 된다.
‘고급주택’을 ‘고가주택’으로 용어만 바꾸어 서민층 평형대의 아파트에 과거 호화주택에 적용하던 무거운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투기세력을 단속하려는 뜻이라고 하지만 주거 목적으로 40평형대 이하의 주택을 구입해 오랜 기간 거주한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중과세를 당한다면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강남지역 10평형대 낡은 아파트의 거주자는 호화주택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물지만 강북이나 수도권 신도시에 새로 지은 50평형대(분양면적 기준) 아파트 거주자는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는다면 과세의 형평성을 갖추었다고 하기 어렵다.
새로운 소득세법이 시행되기 전에 일시적으로 강남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쏟아져 나와 부동산값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그 후 매물부족 등 엄청난 부작용을 빚을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시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하나 그 같은 ‘협박용 법규’라면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난달 아파트 기준시가를 대폭 올리고 재산세 과표기준을 상향조정해놓은 뒤 정부가 주거안정을 해칠 정도의 부동산정책을 또 내놓는 것은 감정적 행동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