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무기를 둘러싼 갈등을 그린 좌충우돌식 코미디
영화 ‘빅 트러블’은 단순한 오락영화지만 플롯은 꽤 복잡하다. 세 개의 굵직한 사건이 얽힌 좌충우돌 코미디에 주변 인물이 빚어내는 작은 사건들까지 챙기려면 적당한 긴장과 집중력이 필요한 영화다.
사건 하나, 한 때 잘 나가던 칼럼니스트 엘리엇 아널드(팀 앨런)는 상사와 크게 다툰 뒤 회사를 그만두고 광고회사를 차렸으나 신통치 않다. 아들 매트는 아버지의 차를 빌려 타고 같은 반 친구 제니의 집에 몰래 잠입해 제니에게 물총을 겨눈다. ‘킬러 놀이’를 위해서다.
사건 둘, 제니의 의붓아버지 아더 허크(스탠리 투치)의 공금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사장은 살인 청부업자를 동원해 그를 죽이려 한다. 매트가 제니에게 물총을 쏜 순간 청부업자도 아더를 향해 총을 쏘고 제니의 집은 난장판이 된다.
사건 셋, 신변의 위협을 느낀 아더가 비밀 무기업자를 찾아가 시한 폭탄을 사려는 순간 2인조 강도 스네이크와 에디가 폭탄을 마약으로 착각해 폭탄을 뺏는다. 스네이크와 아더는 폭탄과 함께 비행기에 오르고 이를 쫓는 FBI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맨 인 블랙2’의 배리 소넨필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아담스 패밀리2’ 등 코믹 영화로 잔뼈가 굵은 감독답게 웃음을 줄만한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덤 앤 더머’를 연상시키는 스네이크와 아더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그 중 하나. 바하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이들이 ‘출발’과 ‘도착’이라고 써있는 표지판을 보고 “출발을 하려면 (공항에)도착을 먼저 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하지?”라고 묻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낸다. 화면 곳곳을 정지화면으로 끊어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것도 세련미를 더했다.
그러나 세 가지 사건의 결합이 다소 산만해 스토리의 응집력을 감소시킨다.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 살인청부업자로 나온 데니스 패리나, 여자 경찰관 역에 제니언 가로팔로 등 짱짱한 조연들이 등장하나 캐릭터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팀 앨런과 르네 루소도 주인공이라 하기엔 비중이 약하다.
‘빅 트러블’은 개봉되기까지 영화제목처럼 ‘빅 트러블’을 겪었다. 지난해 가을 개봉 예정이었지만 9.11 테러 이후 비행기에 폭탄을 싣는 장면 때문에 무기 연기됐던 것. 15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