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흥행 대성공을 거둔 가족영화 ’아이스 에이지’.동아일보 자료사진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하려면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섹스, 노출, 폭력, 서스펜스, 희망, 웃음, 그리고 해피 엔딩이지.”
(영화 ‘플레이어’(1992)에서 할리우드 영화사 간부 그리핀의 말).》
이 영화의 배경이 21세기이라면 그리핀은 똑같은 주장을 할까? 아니다. 그가 흥행 요소로 꼽았던 ‘섹스 노출 폭력’을 내세우는 R등급 영화들은 요즘 맥을 못춘다. 할리우드의 새 화두는 이제 ‘가족영화’다.
▼글 싣는 순서▼
- ①커가는 영화, 작아지는 스타
- ②속편이 뜬다
- ③테스트스크리닝은 통과의례?
#1: 새 히트 공식, G〓Gross!
R등급 영화는 지난해 미국 개봉작중 67%로 여전히 다수.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흥행 5위 이내 영화중 R등급은 한 편도 없는 이변이 발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1억 달러를 넘은 흥행작 20편중 R등급은 3편 뿐. 이런 경향은 올해도 마찬가지다(표).
이 때문에 할리우드의 새 히트 공식은 “G〓Gross”(가족이 볼 수 있는 ‘G’ ‘PG’ ‘PG-13’ 등급의 ‘G’가 수익을 의미한다는 뜻)라는 유머도 나온다. 경제 컨설턴트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02-2006 미디어산업 전망’에서 2003년에도 가족영화가 흥행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가족영화의 타깃은 어린이였으나 요즘은 성인들도 하품하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스파이 키드’가 대표적 사례들.
#2: 가족영화, 이젠 ‘쿨(Cool)’하다
가족영화는 오랫동안 제작자들에게 개성이 없는, ‘쿨(cool)’하지 않은 영화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주로 성인용 영화를 만들어온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머멧, 웨스 크레이븐 감독도 G나 PG등급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파이 키드’(PG등급)로 성공을 거둔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유혈이 낭자한 영화 ‘엘 마리아치’로 유명한 감독. 그는 “이젠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성인을 겨냥하는 ‘예술영화의 명가’ 미라맥스 영화사도 올해 초 일련의 가족영화들을 만드는 ‘테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메이저 영화사의 경영진이 되고, 유니버설의 스테이시 슈나이더, 소니 픽처스의 에이미 파스칼, 디즈니의 니나 제이콥슨 등 자녀를 둔 여성들이 영화 제작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것도 가족영화의 우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3: 왜 가족영화인가?
G등급의 영화는 비디오와 DVD로 R등급보다 거의 5배 큰 수익을 낸다. 극장 흥행 수입이 6700만 달러에 불과했던 ‘102 달마시안’도 비디오와 DVD로는 1억1600만 달러를 벌었다.
캘리포니아 채프만대 비교문학과의 파멜라 이젤 교수는 “가족 단위로 영화를 보는 것은 과거에 흔하지 않았으나 최근의 사회 경제적 요소가 그같은 경향을 추동한다”고 했다. 프로스포츠 경기의 가장 싼 입장료도 두자릿수 달러인데다 보모도 시간당 최소 10달러 이상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가족 단위의 영화 관람은 적정한 수준에서 가족들이 함께 있을 기회를 준다는 것.
그러나 가족 영화 바람이 영화계의 ‘몰려다니기’로 귀결될 경우 금세 사그라들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드림웍스의 마이클 디 루카는 “새 아이디어를 죽이는 지름길은 우르르 몰려가 베끼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2001년 미국 흥행 톱5
순위
영화
등급
1
해리포터 1
PG
2
슈렉
PG
3
몬스터 주식회사
G
4
러시아워 2
PG-13
5
미이라 2
PG-13
2002년 미국 흥행 톱5 (10월현재)
순위
영화
등급
1
스파이더맨
PG-13
2
스타워즈:에피소드2
PG
3
싸인
PG-13
4
오스틴 파워 3
PG-13
5
맨 인 블랙 2
PG-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