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섬을 일순간에 지옥으로 변하게 한 폭탄 테러 현장 사진을 보고 오싹 소름이 돋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북구에서 열대 휴양지에 이르기까지 다발적으로 자행된 테러는 인류를 온통 불안에 빠지게 했다.
500명에 육박하는 무고한 사상자에게 닥친 참극은 그들의 혈육이나 친지 또는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를 전율케 했다. 우리는 지난 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기뻐하며 평화를 기원했지만 이번 테러는 오늘날 지구촌이 얼마나 살벌하며 평화가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번 절감케 했다.
휴양지에서 쉬고 있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러는 피폐한 심성의 소유자가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다. 해마다 현지 인구 300만명보다 훨씬 많은 5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는 휴양지내 외국인 출입업소를 공격한 것은 ‘외국인은 누구든 죽어도 좋다’는 협량하고 무자비한 행위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테러에 대해 세계 각국은 인류의 이름으로 테러범을 엄단한다는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 즉각 인도네시아를 도와 수사에 나선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과격 이슬람단체가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추정에 불과한 만큼 9·11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의 보복이라는 예단보다는 관련국의 공조와 정보 교환에 의한 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배후가 명백하게 밝혀진다면 그들은 인류의 이름으로 응징되어야 한다.
희생자에 한국인 2명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도 이번 비극의 방관자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외국의 위험지역 여행을 자제하고 정부는 테러 가능성이 큰 지역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테러 근절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국내의 테러예방대책도 더욱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