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 아니?/코스모피아과학연구소 글/135쪽 1만5000원 세상모든책
몽당연필에 강낭콩만한 지우개, 이 빠진 작은 대나무 자. 이것이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필통에 든 전부였다. 어쩌다 연필을 새로 사기라도 하면 부러질까 봐 조심조심 썼던 기억이 난다. 30년 전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 애 필통만 봐도 길쭉길쭉한 연필 대여섯 자루는 기본이고 언제나 새 지우개에 샤프연필까지 가지고 다닌다. 필통만도 색깔과 모양, 재질에 따라 너댓 개는 된다. 거기에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등등. 뭐든지 넘쳐 난다. 버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싫증 나서 버리고, 유행이 지나서 버리고…버리는 것도 넘친다. 그러니 물건을 만드는 사람도 더 많이 만들게 된다. 그 만큼 물건의 소중함이 작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가 쓰고 있는 물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 62가지 물건에 대해 ○○○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라는 의문을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물건은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한 여러 가지 복잡한 기계와 특수한 재료가 이용된다.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따라 가 보면 물건을 함부로 쓰거나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두 발로 걷는 인간에게 두 손의 자유로움은 도구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도구를 만들고 무기를 만들어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인류의 역사는 더욱 새롭고 편리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누가 더 빨리 더 정교하게 더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편리하게 쓰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을 갖기는 하지만 명쾌한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냥 누군가가 만들었겠지 넘어간다.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의문에 해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연필, 컵라면, 지우개, 자석, 빨대, 초콜릿, 축구공, 풍선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면 아이에게 다가가 ‘너 이거 아니?’하고 슬쩍 물어 볼 수 있다. 아무 때나 물어 보지 말고 그 물건이 등장할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예를 들어 연필로 글씨를 쓰고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하면서, 함께 컵라면을 먹으면서, 빨대로 콜라를 마시면서, 풍선을 불면서 말이다. 아이가 몰라 머리를 긁적일 때 재미있게 가르쳐 주자. “엄마(아빠), 이거 어떻게 알았어?”라고 물어오면 ‘너 이거 아니?’라고 대답해 준다.
이억주 월간 과학소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