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 열린 청담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한 김수환 추기경(오른쪽)이 칠보사 조실 석주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 강병기기자
“벌써 30여년 전이네요. 68년부터 71년 열반하실 때까지 종교간 대화 자리를 통해 여러 차례 뵈었습니다. 그 후 사적으로도 한두 번 뵈었는데 그때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진 못해도 스님의 음성이나 얼굴은 지금도 또렷합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 열린 ‘청담(靑潭·1902∼1971) 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김수환 추기경은 청담 스님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축사에서 “스님이야말로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고 길을 찾는 진실된 인간상이었다”며 “그 분이 구한 진리와 찾은 길은 한국 불교 교단 정화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고 회고했다.
“한번은 스님이 모든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 깊이 하느님을 찾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중×이 하느님을 찾으니 중이라고 할 수 없지요’하시며 소탈하게 웃으셨지요. 스님은 가톨릭에서 수도생활이나 사제양성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물으셨고 친히 남녀 수도원과 신학교를 찾아가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김 추기경은 “제게 ‘피곤할 때 도선사로 와서 쉬시라’며 방까지 따로 마련해 주신다 하셨지만, 바빠 그럴 수 없었다”며 “열반하셨을 때는 외국출장 중이어서 소식을 못 듣고 귀국해서야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아쉬워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도선사 경내에 유물 전시관으로 마련된 청담기념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스님의 붓글씨와 편지, 생전에 쓰던 주장자, 카메라 등을 돌아보면서 낯익은 유품 앞에서는 스님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는 듯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청담 스님은 한국 불교의 정화운동을 주도하면서 근현대 불교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선사(大禪師). 특히 종교간 교류가 거의 없었던 60년대 후반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의 지도자들을 도선사로 초청해 범종교 지도자 회의를 구성하는 등 종교간 화합을 몸소 실천했다.
이날 탄신 100주년 기념법회에는 석주 스님(칠보사 조실) 등 조계종 원로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정대스님, 중앙종회 의장 지하스님, 한화갑 민주당 대표, 문화관광부 박문석 차관과 신도 1000여명이 참석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