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호조로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대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응답 397개사)을 대상으로 ‘기업 자금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46%가 지난해 동기(1∼8월)보다 현금 보유가 늘어났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간 동안 현금 보유량이 늘어난 기업은 줄어든 기업(22%)의 배가 넘었다.
현금 보유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영업수익 증가(77%)였으며 투자감소로 현금이 늘었다는 업체도 8%였다.
기업들은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치한 경우가 59%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비은행 금융기관 예치(36%), 유가증권 매입(25%), 부동산 매입(1%) 순이었다. 현금 보유량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72%가 현재 보유량이 적정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과다하다는 15%, 부족하다는 13%였다. 늘어난 현금 보유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기업이 48%에 달해 절반 정도의 기업이 늘어난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래 경영환경의 불투명성 때문에 현금 보유액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60%, 더 늘리겠다는 기업이 17%여서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현금 보유액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여건이 좋아지면 현금 보유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23%였다.
기업들은 투자가 부진한 이유로 미래 투자환경 불확실성(48%)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으며 미래 전략 차원에서 투자를 미루거나(30%),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투자하지 않고 있다(21%)는 기업도 많았다.
적정한 현금보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해소(44%), 경기진작(26%), 저금리정책 기조유지(20%) 등을 들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