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생 70만명에 대한 기초학력평가 시험이 어제 치러졌으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시험을 반대하는 전교조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평가는 읽기 쓰기 셈하기 등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을 파악하는 시험이다. 국민교육이라는 국가의 기본적 업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교원단체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명색이 교육의 백년대계를 책임진 정부기관으로서 줏대를 상실하고 우왕좌왕한 교육부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원단체의 반대 이유는 시험준비 과열과 학교서열화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읽기 쓰기 셈하기 같은 단순한 학습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이들 주장대로 준비과열을 부를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일부 과열이 있다고 해도 그리 대단치 않은 수준일 것이다.
서열화에 대한 우려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학입시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서울과 지방학생의 학력격차는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다. 일찍 기초를 잡지 못한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서 처지게 되는 것이다. 교육당국이 초등학교부터 기초학력 수준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는 것은 학력격차를 모른 척 덮어두는 것보다 지방학생을 위해 오히려 나은 일이다.
이 같은 뚜렷한 명분에도 교육부가 소신 없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실망스럽다. 전교조가 시험거부를 선언하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려던 통계분석 계획을 바꿔 10% 표본조사로 줄였고 나중에 표본대상을 더 축소했다. 당초 해마다 치르려고 했지만 내년부터는 아예 전국단위 시험을 없애기로 했다. 한번 치러봤다는 것 이외에 이번 시험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당국은 국가장래를 위해 밀고 나갈 것은 밀고 나가야 한다. 앞으로 고교평준화 보완책 등 집단 사이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들은 많다. 이번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면 교육의 혼선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