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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요동치는 대선정국]민주 핵분열 조짐…헤쳐모여 가속

입력 | 2002-10-15 18:27:00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의원 빼가기'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위). 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도 단계적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한나라당 전격 입당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대선 막판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각 후보진영의 이해와 맞물려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쪽의 구심작용이 다른 쪽의 원심력을 강화시키면서 정치판 전체의 유동성이 상승하고 있다. 각 후보진영은 이런 상황변화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기존 전략의 수정에 나서고 있어 대권구도의 재정립을 위한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세(勢) 불리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이완구(李完九) 전용학(田溶鶴) 의원의 ‘자발적 입당’을 거듭 강조했지만 8·8재·보선 이후 의원 영입을 자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당내 일각에서 “국민이 거대 야당을 고운 시각으로만 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김부겸·金富謙 의원)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외연 확대론’이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의 민주당, 자민련 의원을 영입 대상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자민련과의 ‘당 대 당’ 통합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미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의원 개별 영입을 통해 통합의 후유증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당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 2, 3명과 자민련 의원 4, 5명이 입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어제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는데 ‘미안하다’고 답한 사람이 몇 명 있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한나라당은 또 충청권 공략을 위해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론은 일차적으로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돌풍을 제압하는 데 맞춰져 있지만 대선 이후 안정적 정국운영을 노린 장기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이날 이재선(李在善) 의원 후원회에 참석, “이제 우리 당에는 (이완구 의원 같은)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장담했지만 당내 동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의원은 “의원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당▼

민주당이 전용학(田溶鶴)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계기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노(非盧)-반노(反盧) 의원들이 주축인 ‘대통령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후단협)’가 15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서두르기로 해 현역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후단협은 현재 1차적으로는 지역구 의원 20명 이상을 규합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2차로 전국구 의원과 나머지 비노-반노 세력이 가세한다는 2단계 시나리오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들은 탈당 서명작업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후단협에 참여한 개별의원들의 입장은 제각각이어서 과연 이들이 행동을 통일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최대의 관건인 탈당파들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가능 여부에 대해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후단협 운영위원만 34명 아니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이날 모임에 참석한 현역의원 17명 중 전국구를 제외한 14명 중 일부는 1차로 탈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이미 5, 6명의 의원이 탈당계를 후단협 대표에게 제출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강성구(姜成求) 의원 등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수도권 의원들도 후단협과 행보를 같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초 탈당파로 거론됐던 일부 의원들은 “내가 왜 탈당하느냐”며 탈당설을 부인하고 있다.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어떤 ×이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부인했고, 다른 의원도 “교섭단체 구성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윤수(李允洙) 의원 등은 김원길 의원을 공동대표로 선임한 데 반발하고 있어 자중지란의 양상까지 빚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당 내부가 복잡한 탓인지 맥빠진 분위기였다.

토론에서도 박병윤(朴炳潤) 의원은 “이대로 연말까지 가면 민주당 전체가 풍비박산될지 모른다”고 했으나,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중심으로 싸움다운 싸움을 해보자”고 말하는 등 뚜렷한 인식차이를 드러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정몽준측▼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신당 창당추진위’가 전용학(田溶鶴)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계기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영입에 적극 나설 태세다.

특히 현역 의원 영입에 대한 정 의원의 ‘뻣뻣한 자세’가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자 정 의원측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현역 의원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나섰다.

15일 신당추진위의 이철(李哲) 조직위원장은 “국민이 뽑아준 대표(국회의원)를 우리가 함부로 재단(裁斷)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집단이든 개인이든 정치개혁 취지와 원칙에 동의한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문호개방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오후에는 민주당 중도파인 박양수(朴洋洙) 의원과 만나 후보단일화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옥(姜信玉) 창당기획단장도 15일 저녁 CBS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훌륭한 정치인이다. 선친을 시해한 사람을 내가 변호했기 때문에 신당에 합류할 수 없다면 내가 자리를 내놓을 각오도 돼 있다”며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밝혔다.

박범진(朴範珍) 기획위원장도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과 매일 긴밀한 접촉을 갖고 이들의 탈당 후 구체적인 통합신당 참여 일정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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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