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저밀도지구 얘기를 해야겠다.
최근 서울 송파구는 서울시에 잠실지구 아파트 재건축을 한꺼번에 승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제한을 모두 풀어달라는 것이다. 대신 구청이 시장 여건에 따라 착공시기를 조절하겠단다.
참 ‘용감한 발상’이다. 송파구는 지금도 구민(區民)들의 민원에 떠밀려 재건축 일괄 승인을 주장하고 있다. 하물며 단지별 착공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꿋꿋하게 버티던 서울시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전세난 때문에 재건축 시기를 분산하겠다던 시는 조만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절대 불가론’에서 한발 물러섰다.
잠실지구 재건축은 송파구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는 잠실을 포함해 청담·도곡지구와 반포지구 등 5개 저밀도지구에서 5만여 가구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잠실지구에 일괄 사업승인을 내주면 다른 지구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재건축 대란(大亂)’이 일게 뻔하다. 하지만 송파구의 주장처럼 전세시장 여건이 좋아 지금이라도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 시가 먼저 나섰어야 할 일이다. 마지못해 재건축을 허용한다면 시민들만 손해다. 서울시의 방침만 믿고 아파트를 안 샀던 이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서울시가 시민들의 재테크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고?
물론 아니다. 대신 돈을 벌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예측 가능한 시장환경만이라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집값을 잡아 서민들의 주거여건을 안정시키는 것도 시가 할 일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공방을 벌이는 동안 저밀도지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9.61%나 올랐다. 서울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저밀도지구 아파트값은 다른 지역으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부디 서울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고기정기자 경제부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