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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VIP고객' 그대들만을 위하여…

입력 | 2002-10-16 17:58:00



‘그대만을 위한 프라이빗 뱅킹(PB), 당신께는 죄송합니다.’

조흥은행은 얼마 전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도발적인 광고문구를 내놓았다. VIP인 ‘그대’에게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반인’인 ‘당신’에게는 죄송하다는 의미.

최근 은행들이 PB센터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점포 고급화와 부가서비스로 고객을 끌었다면 이제는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어떤 상품이 있나〓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주식투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 많다.

조흥은행이 최근 내놓은 ‘미스터 마켓정기예금’은 이자만을 옵션에 투자해 주가가 현재보다 30% 오르면 연 15%의 이자를 주도록 설계됐다. 주가상승률이 5% 이하이면 이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만기는 3개월과 6개월이며 최저 가입금액은 1000만원.

신한은행이 지난달 VIP 고객에게만 판매한 ‘VIP 펀드’도 자산의 30%는 주식에 투자한다. 또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자산가를 위한 ‘부동산 종합관리상품’도 내놓았다. 부동산의 월 임대료가 300만∼500만원 이상인 고객이 대상이며 관리 수수료는 임대료의 6∼10%.

우리은행도 ‘6개월 평균 예금과 대출’이 5000만원을 넘는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웰스플랜통장’과 ‘웰스플랜투자상품’을 내놓았다. 웰스플랜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저축예금으로 잔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자동으로 고금리인 MMDA 계좌로 이체된다. 웰스플랜투자상품은 예금 채권 주식 등을 적당히 조합해 4가지 종류로 만든 뒤 고객의 성향을 분석,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 가입기간은 1년 이상이다. 11개 PB센터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주식에 최고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마이초이스 신탁’을 내놓았다. 가입기간은 1년 이상, 최저 가입금액은 1억원.

외국계 은행인 HSBC가 14일부터 판매하는 ‘옵션플러스 정기예금’은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과 이자를 연동시켰다. 가입 때 CD 금리의 범위를 정해놓고 CD 수익률이 이 범위에 든 날은 연 7%의 수익률로, 벗어난 날은 이자를 주지 않는 것. 16일 현재 제시된 CD 수익률은 연 4.6∼5.3%다. 가입기간은 1년 이상이며 1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PB시장 급증〓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PB시장 규모는 163조7780억원으로 작년 말 145조6840억원보다 18조940억원(11.7%)이 늘었다.

한은이 추정한 PB시장 규모는 1억원이 넘는 가계 저축성예금.

1억원 이상 예금계좌 수는 33만9000계좌로 2000년 말과 99년 말의 28만4000계좌, 29만1000계좌에 비해 각각 19.4%, 16.5% 늘었다. 5억원이 넘는 예금의 총액은 110조3650억원으로 작년 말의 97조9310억원보다 12.6% 증가했다.

한편 PB 시장을 놓고 은행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 유치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차명계좌를 이용한 불법자금의 은닉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