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끓고 있다. 10일부터의 강한 상승세에 바닥 탈출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15일 개장 직전 일부 대기업이 실적발표를 하면서 시장에는 녹색(주가 상승) 신호등이 켜졌다.
미국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3·4분기(7∼9월) 중 주당순익이 작년 0.61달러에서 올해 0.76달러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시장엔 호재였다. 그런데 씨티그룹의 예상 성적표는 이미 월가에 공개돼 있던 것. 주당순익이 0.75달러로 높아질 전망이라는 전문가 보고서가 뿌려진 지 오래였다. 예상과 발표의 차이는 0.01달러. 투자자들이 그 차이를 중시했던 때문일까. 그보다는 매수세력이 바닥 탈출의 타깃으로 삼기 위해 금융주를 주시했던 것 같다. 뉴욕 증시에서 전통적으로 약세장 탈출의 기관차는 금융주였다.
경기의 바닥 탈출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실적장세에 복병이 없을 수 없다.
15일 장이 끝난 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실적발표가 있었다. 특별손실을 제외한 3·4분기 주당 순익은 0.11달러로 월가의 전망치 0.13달러에 미달했다. 0.02달러의 차이가 확인된 뒤 시간외 매매에서 인텔 주가는 폭락했고 기술주가 뒤를 따랐다. 기업실적이 발표되는 시즌을 맞아 투자자들이 수치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시장이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 주가 움직임이 과격하기만 하다.
이날 낮 정규장에서는 호재성 루머가 돌았다. ‘워런 버핏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샀다’는 것. 장기투자자금을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버핏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부자다. 그가 팔았다는 채권은 할인된 값에 산 뒤 만기 때 표면가격을 받는 ‘제로 쿠폰’으로 금리에 훨씬 민감하다.
루머는 ‘미국 금리가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며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버핏 회장이 보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버핏 회장이 샀다는 주식은 전환사채(CB). 버핏 회장은 주식보다 안전하고 주가 상승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투자를 즐긴다. 올해 레벨3커뮤니케이션 등에 거액을 투자할 때도 CB로 했다.
시장 낙관론자들은 “이번 상승세는 과거와 다르다”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돈이 옮겨지고 있으며 그것도 장기투자 자금들”이라고 반색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관론자들은 “침체기의 반짝상승 후엔 더 큰 하락이 온다”면서 경계한다.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