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T 예술 고문 지리 킬리안.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지리 킬리안(55)이 왔다.
킬리안은 1975년 스물 여덟살의 나이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예술감독이 됐던 천재안무가. 현재 현대 무용계 1인자중 한사람으로 손꼽히는 그는 NDT를 세계적인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현재는 NDT 예술 고문. 그와 함께 세계 무용계 삼두 마차로 꼽히는 나초 두아토와 오하드 나하린도 킬리안 밑에서 배웠다.
킬리안과 내한한 것은 1999년 이후 2번째. 16일 시작되는 NDT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킬리안을 최종 리허설에 앞서 만났다. 킬리안은 청셔츠에 바둑판 무늬 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한국 공연의 소감은?
“한국 관객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감정을 절제하는 일본 관객에 비해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직설적이며 마음이 열려있는 것 같다.”
-공연작이 과거 작품들인데.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지 않는 국가의 경우 우리를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대표작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99년 첫 내한 공연은 신작 위주였기 때문에 NDT의 대표작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 이 처음. 이번 무대에서 4작품을 선보이는 NDT는 ‘현대 무용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듣는 킬리안이 작품 ‘더 이상 연극은 아니다’와 ‘작은 죽음’을 포함,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와 현 NDT안무가인 풀 라이트 풋이 안무한 ‘쉬-붐’을 공연한다
-무용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관심이 없다. 나는 역사를 믿지 않는다. 일본의 교과서의 예처럼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안무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점”을 꼽았다.
“안무가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서 간접적으로 관객을 만난다. 따라서 무용수에게 나의 작품세계을 이해시키고, 이들이 관객에게 나의 의도대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은?
“누군가 같은 질문을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했었다. 그는 질문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재빨리 이렇게 답했다. ‘타이밍(timing)’.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 순간을 포착할 줄 아는 감각이 중요하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내한 공연은 19일까지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9만원. 02-580-130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