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어지럽다. 겉에 내건 이합집산의 명분은 한결같이 국민통합에 정치개혁이지만 그 속은 대선 승리를 위한 세(勢)불리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현실정치에서 세 대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를 모으는 데도 일정한 원칙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 21’은 어제 발기인대회를 갖고 ‘낡은 정치에 대한 엄중한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개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기인 명단을 보면 전직 의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원외위원장에 일부 전직 관료 및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개개인을 폄훼(貶毁)할 뜻은 추호도 없으나 과연 이들이 새로운 정치와 국민통합의 주도세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 의원측은 또 뜻 맞는 현역 의원은 누구라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뜻 맞는’이라는 조건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세만 불릴 수 있다면 앞으로 ‘누구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역시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면 과거지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과거 불문 영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강원 및 충남 지역의 무소속 민주당 자민련 의원을 영입한 데 이어 세 불리기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비노(非盧)-반노(反盧)’ 의원들은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집단 탈당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자기당 의원을 빼내갔다며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뒤에서는 집단 탈당을 논의하고 앞에서는 변절정치를 비난하며 국회를 볼모로 잡는 이 우스꽝스러운 모순은 원칙 없는 이합집산 정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이합집산의 결과가 어떻든 이런 식의 ‘잡화상 정치’는 국민통합,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눈앞의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권의 원칙 없는 ‘헤쳐모여’는 국민의 정치혐오를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