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부가세를 매기지 않으면 생리대의 가격은 지금보다 10%가량 싸진다.
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민주당 정범구(鄭範九) 의원 등 23명은 “여성용 위생용품(생리대)에 대해서도 영세율(零稅率) 적용을 받게 해 여성의 복리후생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최근 제출했다.
영세율이란 재화와 용역의 공급에 세율 0%를 적용하는 제도. 영세율이 적용되면 생리대 업체들은 판매가격에 부가세를 포함시키지 않으며 원료를 사면서 낸 부가세는 돌려 받는다.
개정안은 국회 재경위 심의를 거쳐 시행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세제(稅制)당국인 재경부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 의원 등의 발의에 앞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토론회를 열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생리대 부가세 폐지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명진숙(明眞淑) 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은 “생리는 모성과 관련된 중요한 기능이고 생리대는 여성의 필수품”이라며 “생리대의 가격이 너무 비싸 저소득층 여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부가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선(尹永善) 재경부 소비세제과장은 “여성의 필수품이라는 이유로 영세율을 적용하면 같은 이유로 면도기 등 남성필수용품, 아동용품, 노인용품도 모두 면세(免稅)해야 한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런 예외를 허용하면 부가세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 재경위원들을 설득할 방침이지만 ‘여성표’를 의식해 의원 다수가 개정안에 찬성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