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21’ 창당 발기인대회는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꿈★은 이루어진다’ 등의 플래카드와 함께 월드컵 주제가인 조수미의 ‘챔피언’이 행사 내내 흘러나왔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선물받았다는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나왔다.
정 의원은 “나도 발기인의 일원일 뿐”이라며 이날 별도의 연설을 하지 않은 채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와 행사 내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1000여명의 참석자 가운데는 서석재(徐錫宰) 전 의원을 비롯해 10여명의 전직 의원과 영화배우 남궁원, 가수 김흥국 김현정, 강만수 전 현대캐피탈배구단 감독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창당발기위원장으로 추대된 유창순(劉彰順) 전 국무총리는 인사말 도중 “요즘 롯데그룹에서 정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줬다는 말이 많지만 정 의원은 돈을 쓰고도 남을 정도로 부자인데 롯데가 정치자금을 줬을 리가 없다”며 원고에 없는 말을 해 한때 행사장 분위기가 긴장되기도 했다. 롯데제과 고문이기도 한 유 위원장은 “이는 신격호(辛格浩) 롯데호텔 회장을 대신해서 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통합21을 ‘국민통한당’이라며 공격한 데 대해 “이런 행사에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들이 오고 서로 축하도 하는 게 좋을 텐데 우리 정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통합21은 이날 700명의 발기인을 창준위원으로 선관위에 등록함에 따라 선관위 신고필증을 받는 대로 지구당 창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통합21측은 50개 이상 지구당 창당을 목표로 이날부터 인터넷을 통해 지구당창당준비위원장 및 지역선거대책위원장 공모에 들어갔다.
창준위는 인선 원칙으로 △문호개방 △계파안배 지양 △최소비용 원칙 △국민의 지탄받는 행위를 저지른 인사의 배제를 내세웠다. 그러나 현역의원은 전원 지구당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현역의원이 없는 지구당은 공동위원장 체제를 갖춘 뒤 대선 이후 위원장을 선출키로 했다.
한편 통합21측이 전날 발표한 발기인 중 윤덕경(尹德卿) 한국무용연구회이사장은 이날 해명서를 보내 “발기인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역시 발기인으로 들어가 있는 김창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장에 대해 중앙회측은 “현 회장은 박홍수 회장으로 발기인으로 참여한 적이 없으며 전직 회장 중에서도 김창해라는 사람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