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인근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의 필수 절차인 안전진단 신청을 대거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서울시와 강남구청,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개포 주공 3단지(총 1160가구)는 11일 안전진단 신청을 취소했다.
또 개포 주공 2, 4단지와 일원동 대우아파트의 재건축추진위도 조만간 대의원회의를 열어 안전진단 신청을 철회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준공된 지 20년이 지나지 않아 강남구 재건축안전진단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같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 3단지 재건축추진위 김기희(金起姬) 총무는 “강남구가 지난달 말 건물 구조분야 전문가 등 안전진단 심의위원 4명을 보강한 뒤 심의가 까다로워졌다”며 “준공 20년이 되는 다음달 30일 이후 다시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공 2단지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도 “안전진단 심의에서 탈락하더라도 재신청 금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최소한 1년 정도는 지나야 다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안전진단의 핵심은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구조적인 결함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지은 지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심의를 통과하던 때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 아파트 값도 크게 떨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3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개포 시영 13평형의 매매가는 3억5000만원으로 하락했고 1∼2개월 전 4억2000만원을 호가하던 주공 3단지 13평형은 매매가가 5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高在英) 사장은 “잇단 부동산 안정대책에 ‘재건축 한파’까지 겹쳐 매수세가 실종됐다”며 “당분간은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개포 시영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승복할 수 없다며 정밀진단 재실시, 구청장 면담, 재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승희(李勝熙)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개포 시영은 1997년 구조안전진단 정밀조사에서 ‘입주 당시부터 부실 시공돼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아파트”라며 “올 겨울을 나기가 두렵다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포지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개포 시영과 주공아파트, 28일 안전진단 심의를 받는 은마아파트 등 모두 7개 단지, 1만7023가구에 이른다.
서울 개포지구 아파트 재건축 신청 현황아파트가구수준공일시진행상황시영1,97084.2.20재건축 불가 판정주공 1단지5,04082.6.4정밀 안전진단 중주공 2단지1,40082.11.30∼83.7.15안전진단 신청주공 3단지1,16082.11.30안전진단 신청 철회주공 4단지2,91982.11.30안전진단 신청일원 대우 11083.12.15〃은마4,42479.8.30∼80.5.26〃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