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소비가 줄면서 내년 이후에는 한국도 디플레이션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금보험공사는 17일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금융기관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 경제전망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이란 물가하락이 지속되는 상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년 정도 물가하락이 계속돼 경기가 침체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부동산가격의 버블 여부와 소비지출이 급감할 지에 달려 있다"며 "주택시장 버블 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과 가계부채의 부실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율 증가로 가계대출 상환 압력이 높아지고 주택담보 대출비율 60% 적용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초과 대출분을 갚기 위해 소비지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토지와 주식 등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경기변동과정에서 일어나는 '순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높다는 게 예보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부동산담보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은 적은 편"이라며 "일본의 경우 부실채권 대부분이 상업용 부동산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채권은 현재도 부실이 심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개인신용평가기관(CB)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신용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