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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北女 라이프스타일 5題

입력 | 2002-10-17 16:34:00


▼결혼…독신선호 늘고▼

1971년 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현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 제6차 대회에서 김일성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결혼을 하면 혁명과업 수행에 지장을 주므로 남자는 30세, 여자는 28세가 된 뒤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 여성들은 23세가 되면 결혼을 서둘러 25세를 넘기지 않는 편이다. 1990년 10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에서 채택한 가족법 제9조에 따르면 법적으로 부모 동의 없이 결혼이 가능한 연령은 남자 18세, 여자 17세. 독신 여성을 하대하는 등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가 강해 여성 독신자는 드물다. 하지만 식량난 이후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독신을 선호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최근 탈북자들은 증언한다.

▼배우자상…외화벌면 1등신랑▼

과거에는 권력기관에서 일하는 노동당 일꾼, 정무원 일꾼, 군관 등이 일등 신랑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에 자주 다니면서 외화를 쉽게 만질 수 있는 외교관이나 무역 부문종사자, 외항선원, 비행기 조종사, 기관사 등을 선호한다. 남성들도 배운 여성, 똑똑한 여성보다는 ‘생기는 것’이 많은 직업을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 호텔 직원, 외화상점 판매원 등이 인기있다.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는 외국어와 컴퓨터 관련학과를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영어는 실용 학문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90년대 후반부터 평양외국어대학의 영어과 정원이 대폭 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평양 회담에서 영어교사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성의 권리…출산휴가 150일▼

올 8·15 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한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이동희 부장은 “1946년 7월 북조선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이 공표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자유로워졌다. 산전산후 출산 휴가는 5개월(150일)이며 출산비용은 무료다. 90년대 이후 다산장려정책을 강조하면서 아이가 셋 이상이거나 쌍둥이면 6개월 이상 쉴 수 있다. 아이가 셋 이상이면 하루 6시간 노동해도 8시간의 생활비를 준다”고 말했다. 2001년에 탈북한 이혜경씨도 “산전 2개월, 산후 3개월씩 쉴 수 있다”고 증언했다. 1946년 이후 호적제도 폐지로 법적으로는 남녀 평등의 근간이 남한보다 더 잘 정비된 편. 하지만 1990년에 제정된 가족법 26조는 “자녀는 아버지 성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어 양성 평등의 실제적 실천에는 모순이 있다.

▼혼전 성관계…“그 여자 바람쐬고…”▼

성문제나 결혼 방식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공론화된 성담론의 과도기를 겪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어느 남자가 사귀고 싶어 하더란 말만 들어도 처녀의 순결을 잃은 것처럼 여기며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순진성… 이것이 바로 숙임이의 인간적 미이다.”(1990년대 초 간행된 북한 소설에서)

“남자 하나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선을 봤는데 그 남자의 동무들이 ‘그 여자는 바람 쐬고 남자들을 많이 집적거렸다. 남자들을 세게 데리고 논 여자다’라고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동무가 이런 결함이 있다 하니 당신과 살 수 없다’ 하니 회답이 오기를 ‘새 것을 찾겠으면 탁아소에나 가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2000년 자료 ‘북한사람이 말한 북한이야기’에 수록된 한 탈북자 증언)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혼전 성관계나 공공연히 연인 관계임을 드러내는 애정표현을 터부시하고 있다.

▼일자리…생필품 취급 장사 인기▼

북한의 만 16세 이상 근로자 중 여성비율은 조선중앙연감 1964년 자료(38.5%)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이후 일관성이 떨어지는 각종 비공식적인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2001년 7월 27일 유엔인권이사회에 북한이 제출한 제 2차 국가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인민경제 종업원 총수에서 여성비율은 48.4%. 직업별로는 보건 상업 교육 교양 부문 70%, 교육 체신 문화분야 34%, 공업 농업 건설 분야 15%다.

주목할 점은 결혼을 하면 여성들의 공식부문 참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 미혼 여성의 90%는 사무원 농민 노동자 등 공식부문 직업에 종사하지만 기혼 여성은 30%만이 공식부문에서 일한다.나머지는 대부분 식량배급이나 연금 혜택이 없는 가내 작업반, 도로공사 건설현장 등 여러 인민반 노력동원 현장에서 일한다. 결혼을 하면 자기 의사에 따라 퇴직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자 최진이씨는 “과거에는 공식부문에 남고 싶어하는 기혼 여성들이 많았지만 경제난이 악화되면서 생필품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장사 등 부업을 하기 위해 비공식부문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97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이 펴낸 ‘경제체제와 남북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공식부문 근로자 비율은 58.2%, 비공식부문은 41.8%로 추정된다. 남성의 경우 공식부문 81.1%, 비공식부문 18.9%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참고 자료〓여성부 ‘남북한 여성 생활문화 비교연구’(2001), 임순희‘남북한 여성의 삶’ (2001), 통일교육원 ‘통일문답’(2001) 등)

한만길 ‘북한에서는 어떻게 교육할까(1999)

김형찬 ‘북한의 교육’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