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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대업의 배후를 밝혀라

입력 | 2002-10-17 18:23:00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던 김대업씨의 병풍 테이프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는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허탈감으로 몰아넣었다. 파렴치한 전과 경력이 있는 인물이 들고 나온 정체 불명의 테이프에 정치권이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이고 서울지검 특수부 인력이 총동원돼 수사를 벌인 결과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고 짜깁기 흔적이 있는 테이프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검과학수사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음성음향정보연구실 등 공신력 있는 세 기관이 합동으로 조작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만큼 검찰 수사는 180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수사가 병역비리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이제부터는 테이프의 인위적 편집 또는 조작 여부와 그 의도 그리고 배후세력에 모아져야 한다.

그동안 병풍에 대통령 선거 전략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 민주당도 법적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의 6·27 특위 보고서, 같은 당 이해찬 의원의 병풍 쟁점화 요구 발설, 이후에 불거져 나온 김대업 면담보고서 등이 김씨의 행위와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씨 계좌를 정밀 추적해보면 활동자금을 제공하거나 도와준 공범 또는 배후세력과 연결되는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씨는 이번 병풍 사단을 일으킨 고소인이자 동시에 한나라당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를 당한 피고소인이다. 테이프가 편집 또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 김씨는 허위 사실을 조작해 이회창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피의자가 된다. 특정 후보를 허위 사실로 고소해 선거전에서 타격을 입히려 한 범죄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어느 정파에 유리하느냐에 관계없이 공명정대한 선거 풍토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검찰은 신속하게 김씨의 테이프 조작 혐의 및 배후 수사를 마무리지어 법과 국민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