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그 정도가 지나쳤을 때는 오히려 아니 한 것만 못할 수 있다. 이는 섹스에서도 마찬가지.
얼마 전 내원한 김모씨(37) 부부가 바로 그런 경우다. 노총각 노처녀로 만난 이들은 서로가 첫눈에 반해 결혼을 서둘렀다. 주위의 진심 어린 축복, 안정된 경제력,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 등 겉으로 보기엔 이들에게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에게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다. 김씨는 김씨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상대방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김씨의 경우 ‘발기한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만 아내가 좋아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아내는 아내대로 ‘좋아하는 척해야 남편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괴성(?)을 지르곤 했다.
이들 부부처럼 의무감을 지닌 채 섹스에 임했을 때는 결코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없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섹스는 ‘섹스 그 자체에 몰두하는 것’.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부부들이 자신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상대를 성적 극치감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대전제가 있다. 남녀가 오로지 ‘섹스 자체에만 몰입’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 대화 없이 멋진 파트너가 되려는 시도는 무모하기 그지없다. 가령 오르가슴에 이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여성이라면 이를 솔직히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 오르가슴에 이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전희를 길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대화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여성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 남성은 멋진 자극을 선사할 것이고, 여성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어 짜릿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전훈석/ 마노메디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