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 ‘동해’의 이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본해’로 20세기 세계지도에 등장해왔다. 지난 10년간 외교통상부와 동해연구회 등이 ‘동해’라는 이름 찾기에 나섰지만 언제 그 이름이 완전히 찾아질지 모르겠다. ‘일본해/동해’ 병기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지에 나오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국제수로기구(IHO)가 50년 만에 내놓을 세계지도에 ‘일본해’로 돼 있던 부분을 백지로 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가 새 이사회가 열리면서 이를 철회해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가 일본외교보다 한 수 아래라는 비난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냉엄한 국제사회의 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가 일본의 외교에 한 수 아래인 것은 바로 국력의 반영이다.
미국이나 영국, 서유럽국들이 일본과 한국 중 일본을 선택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한국 외교관은 IHO 69개 가입국을 대상으로 일본해와 동해를 놓고 표대결을 한다면 한국이 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더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바다이름이 일본해면 어떻고 동해면 어떠냐고 묻는 서구인들을 만난다. 그들은 식민지시대 한국인들이 이름을 빼앗기고 창씨개명을 했던 서글픈 역사를 잘 모른다. 또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지도 위에 일본해라고 써넣은 것이 아니라 지도제작자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20세기 초 세상이 해양·해운통신과학기술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경험한 그 중요한 전환기에, 주권을 잃은 한국의 바다 이름이 바다 밑으로 침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애써 알려하지 않는다. 뜻 있는 일본인들은 중립적인 이름을 제안하기도 한다. ‘청해(靑海)’ ‘녹해(綠海)’ 등의 이름이다.
필자는 동해/일본해 병기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녹해(Green Sea)’, ‘동북아해(East Asia Sea)’라는 중립적인 이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식민지시대를 청산한다 해도 35년 일본통치의 역사를 지울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해’를 세계지도 위에서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IHO, 유엔지명표준화 회의, 세계지도제작 출판사, 주요 언론기관들을 찾아가 왜 한국인들이 바다의 이름을 되찾으려고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신문에 동북아 지도가 나올 때마다, 편집자에게 ‘일본해’가 적법한 이름이 아님을 알리고 ‘동해/일본해’로 병기할 것을 요청한다면 그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간 수십만명에 이르는 해외관광객들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해 이름 찾기에 나서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동포들에게 현지에서 동해 홍보대사로 기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내년에는 수백만명의 해외동포들이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를 갖게 된다. 동해 찾기가 그중 중요한 행사의 하나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최연홍 서울시립대 교수·(사)동해연구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