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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스리차판, 라켓 하나로 일어선 사내

입력 | 2002-10-18 18:27:00

‘나도 놀랐어요’. 파라돈 스리차판(태국)이 테니스 마스터스시리즈 마드리드대회에서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를 꺾고 8강진출을 확정지은 뒤 두 손을 모으며 기뻐하고 있다.-마드리드AP연합


어린 세 아들에게 테니스 라켓을 쥐어주었던 아버지는 요즘처럼 막내가 자랑스러운 적이 없을 것 같다. 라켓 하나로 일약 태국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테니스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파라돈 스리차판(23). 7세 때 아버지 찬차이에게 테니스를 처음 배운 그는 큰 형 타나콘(33)과 작은 형 나라돈(30)이 모두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1998년 ‘안방’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 남자복식에서는 나라돈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냈다. 두 형이 국제무대에서는 별로 빛을 못 본 반면 스리차판은 97년 프로에 데뷔, 국제 투어를 돌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볼만큼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에서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8월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벌어진 TD워터하우스컵에서는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의 투어 우승은 98년 레안더 파에스(인도) 이후 4년만이다. 올 초 120위로 출발한 세계랭킹은 현재 28위까지 9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태국 언론은 태국계 어머니를 둔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에 비견할 만한 스타가 등장했다며 연일 스리차판의 활약상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1m85, 75㎏의 탄탄한 체구를 지닌 스리차판은 철저한 웨이트트레닝으로 유명하다. 힘을 길러야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때는 게임이 끝난 뒤 입고 있던 티셔츠를 관중석에 던져주며 근육질 몸매를 과시했다. 상체 근육이 육체미선수 못지 않게 단단해 체격조건이 뛰어난 서구의 선수들과 맞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 210㎞를 넘나드는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최근 세계 5위안에 들어있는 선수 가운데 3명을 꺾으며 기세를 올린 스리차판은 1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마스터스시리즈 마드리드대회에서 8강까지 질주했다.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를 2-0으로 완파한 그는 이리 노박(체코)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스리차판의 아버지는 코치 겸 매니저로 막내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며 큰 형은 체육교사, 작은 형은 동생의 연습파트너로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테니스 가족에게 막내는 크나큰 희망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