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인 회사원 최모씨(29·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최근 일본 ‘베이비넨’사의 천 기저귀 15개들이 한 세트와 스위스 ‘메델라’제 전동 유축기를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했다. 가격은 각각 41만원과 98만원. 일반 1회용 기저귀 한 세트가 1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가품이지만 “아이 피부에 좋다고 해 구입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인터넷 유아용품 판매사이트인 ‘현지 슬링’. 매주 월요일 선보이는 ‘슬링’이란 유아용품이 4주째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슬링’은 일종의 ‘패션 포대기’. 아기가 원하는 포즈로 팔 다리를 놀릴 수 있고 엄마들 역시 자신의 옷에 맞춰 코디할 수 있다는 것. ‘디자이너’가 만든 것은 12만원을 호가한다.
전업주부 윤모씨(32·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최근 100일이 지난 아이를 위해 일제 ‘콤비’산 자동차 시트와 유모차를 구입했다. 자동차 시트의 가격은 99만원. 아이가 앉은 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고 몸을 안전하게 조여주는 낙하산식 안전벨트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게가 3㎏ 남짓한 초경량 나들이용 유모차도 35만원을 주고 샀다.
자신의 아기를 ‘럭셔리(luxury) 베이비’로 만들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특별한 아이’를 만들고자 하는 부모의 과시욕과 업체들의 상술이 빚어낸 현상이다.
럭셔리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최근 100여개로 급속히 늘었다. 8월엔 남양유업의 ‘남양아이’가 오픈하는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올해 유아용 소비재의 전자상거래규모를 8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키즈킹’사이트의 박희연 대표는 “유명 수입브랜드를 좋아하는 엄마들은 기저귀, 수유용품, 이유식 등에만 월 300만원 이상씩 지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식은 일본제 ‘와코도’가 인기. 지난해 일본황실의 마사코 왕세자빈(38)이 자신의 여아에게 먹였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분유수입은 2000년 938만달러(약 113억원)에서 2001년 2152만달러(약 258억원)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일 전망. 백화점의 명품 유아복도 잘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오일릴리’ 매장의 경우 8월매출은 5700만원. 정장 한 벌이 7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80벌 이상이 팔린 셈. 같은 기간 최고가 성인의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매출이 91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서울대 이순형(李順亨·소비자아동학) 교수는 “아기가 귀족계급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잘못된 기대와 허영심리가 ‘베이비 명품’ 신드롬을 부른 것 같다”며 “고가의 유아용품을 쓴다해서 아기들이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