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마름증이 생겨 눈이 뻑뻑하고 충혈된다면 인공눈물을 갖고 다니며 수시로 눈이 불편할 때마다 넣어준다. 평소에 렌즈보다는 안경을 착용하며 눈을 혹사시키지 않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전…, 눈물이 안 나요. 그래서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안 해요.”
1997년 흥행했던 영화 ‘접속’에서 수현(전도연)은 컴퓨터 통신상에서 동현(한석규)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녀가 밝힌 자신의 병은 ‘눈마름증(안구건조증)’. 그러나 실제로는 눈마름증이라고 해도 슬플 때는 눈물이 난다. 눈마름증은 ‘감정의 눈물’이 아니라 눈을 항상 적셔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눈물이 부족한 것. 수현의 대사는 영화 속의 의학적 오류다. 진짜 눈마름증의 증상은 어떤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다. 》
▽국민 눈병, 눈마름증〓눈마름증이란 눈 표면을 윤기 있게 하는 얇은 눈물층에 변화가 일어난 상태다. 원인은 △병이 있거나 눈 자체에 이상이 있어 눈물을 만드는 눈물샘에서 ‘생산’을 덜 하기 때문이거나(정상 성인은 하루 2∼3㎖ 생산) △눈깜빡임이 부족하거나 렌즈 착용, 라식수술, 대기오염 등으로 눈물이 나오긴 하는데 너무 빨리 증발하기 때문이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21세기 안과병원의 김재호 원장은 8월 한 달 동안 정상인 병원 직원 74명과 다른 눈병 때문에 안과를 찾은 환자 142명 등 총 216명을 대상으로 눈마름증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는 현미경으로 눈물층이 파괴되는 시간을 BUT 검사법으로 실시했다. 눈을 뜨고 오래 있으면 누구나 10초 이상이면 눈 표면을 덮고 있는 눈물이 마르게 되는데 눈마름증이면 5초 정도, 심하면 1, 2초에도 눈이 마른다. 자각증상과 약복용 여부, 콘텍트렌즈 착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 결과 정상인의 94.6%, 환자의 91%가 눈이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인과 환자를 포함해 10대는 그 비율이 50%였으나 20대는 83%로 증가했고 30대 이후는 90% 이상이었다. 80대는 100%였다. BUT 검사결과가 3초 미만인 심한 눈마름증 환자는 30% 정도였고 대부분은 중간 정도의 증세를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눈마름증 환자의 30∼40%는 자각증상이 없다. 눈이 뻑뻑하고 가렵고 충혈을 느낄 정도라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인공눈물을 이용한다. 방부제가 들어 있어 갖고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면 냉장 보관해야 하는 방부제 없는 인공눈물을 써야 한다.
눈물이 빨리 증발되는 것이 원인인 눈마름증은 눈물이 배출되는 길을 막아 눈물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간단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드물지만 눈물이 전혀 생산되지 않으면 각막이 혼탁해지고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이 경우는 인공각막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눈이 나쁜 사람은 렌즈를 끼면 눈마름증이 더욱 심해지므로 안경을 끼는 게 좋다. 눈이 좋더라도 눈마름증이 심하면 보안용으로 안경을 쓸 것을 권한다. 밖에 나갈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하며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직접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운 난롯가에 있는 것도 피한다.
김 원장은 “최근 눈마름증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생활환경이 변하면서 눈이 해로운 물질에 자주 노출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 것뿐 아니라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이나 TV를 보는 생활습관 등의 영향도 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눈물의 역할은
: 노폐물 제거-산소공급-세균감염 방어
눈물은 ‘눈물 공장’인 눈물샘에서 만들어진다. 큰 공장은 눈두덩 위쪽의 가장자리 속에 있으며 작은 공장은 눈의 결막 여기저기에 분포해 있다. 여기서 생산된 눈물은 흘러나오거나 코 쪽눈 가장자리에 있는 눈물주머니에 모였다가 코로 빠져나간다.
눈물은 각막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빛이 잘 통하게 하는 광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 표면의 노폐물이나 이물질을 세척해주기도 한다.
또 눈동자에는 핏줄이 연결되지 않아 눈물을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눈을 보호하는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눈물에는 항균성분이 있어 세균 감염을 막아주며 눈동자를 덮어 마르는 것을 방지해준다. 눈꺼풀과 눈동자 사이의 마찰을 없애 눈을 원활하게 뜨고 감을 수 있게 한다.
눈물은 98% 이상이 수분. 그러나 소금 성분인 염화나트륨도 들어있어 맛이 짜다.
눈물에는 항상 조금씩 흘러나와 눈을 보호해주는 보호눈물과 슬플 때나 기쁠 때 나오는 반사눈물이 있다. 감정이 섞인 눈물은 평소의 눈물보다 염화나트륨이 많고 항균물질은 적다.
분한 감정 때문에 울 때 나오는 눈물에는 염화나트륨이 가장 많아 맛도 가장 짜다.
눈물은 원래 투명하지만 가끔 색을 띠기도 한다.
우유 같은 흰색의 끈끈한 눈물이 나올 때는 알레르기 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노란 눈곱과 함께 고름 같은 눈물이 나오면 눈병 같은 전염성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결막을 다치거나 눈병이 심해서 염증이 생기면 말 그대로 ‘피눈물’이 날 수도 있다.
(도움말〓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