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승용차를 타고 가다 사거리에 도착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헷갈렸다. 남편은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고 부인은 왼쪽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누가 옳을까? 의학적으로는 남편이 옳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위치를 파악하는데 여성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남성에게만 있는 ‘Y염색체’에 남성이 길을 잘 찾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돼 왔지만 ‘행동 신경과학’(Behavioural Neuroscience)이라는 학술지의 6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다른 이유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길을 찾는 방법이 다르다. 여성은 주유소와 같은 건물을 중심으로 길을 찾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남성은 방향이나 두 목적물 사이의 실제 거리와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사스카추언대학의 연구진들은 남성과 여성 그룹을 상대로 ‘방향 제시(내비게이션)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들은 방향을 중심으로 길을 안내했을 때 여성보다 우수했지만 중요한 지형지물을 중심으로 했을 경우에는 여성보다 떨어졌다.
테스트에서 남녀는 생소한 목적지 네 곳을 찾았다. 실험 대상 50%에게는 북쪽으로 200m 지점을 찾아라는 식으로 공간의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 50%에게는 특정 건물을 중심으로 방향을 제시했다.
테스트 결과 여성은 추상적인 방향 제시로 길을 찾을 때 남성보다 열등했지만 건물 중심으로 길을 찾을 때 남성을 앞질렀다.
그러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본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길을 찾을 때에는 그 실수의 횟수나 소요 시간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답을 찾으려면 고대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연구진의 데버러 소시어 박사는 “원시 시대에 남성은 수렵을 위해 야생동물을 쫓아 집에서 멀리 나가야만 했고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길 중간의 중요 물체보다는 추상적인 방향감각을 따라 오는 것이 빨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은 밭에서 일하면서 집에 돌아올 경우 그들이 찾은 주요 식물에 근거해서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자료제공: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