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3개의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미 언론들이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의문이다. 이라크와 북한을 지역전선이라고 한다면 알 카에다의 테러는 전선을 지구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쿠웨이트, 필리핀에서 모로코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9·11 테러가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해 여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뉴스위크 최신호(10월28일자)는 테닛 국장이 톰 리지 조국안보국 국장에게 국가테러경보를 황색에서 오렌지색으로 상향조정하자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경보를 상향조정할 경우 해안경비대는 항구에 대한 순찰을 확대해야 하며 관세청은 항공기와 트럭, 화물에 대한 강도 높은 검색을 지속해야 한다. 이처럼 강화된 대비태세를 유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알고도 경보를 높일 수 없었다는 것. 이라크를 치기 전부터 자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라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여기에다 대표적인 매파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이라크를 칠 경우 국방과 정보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5%로 치솟을 전망”이라면서 “이만한 예산을 지출할지 여부에 대해 국가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하지만 군사력이나 예산보다 더 부족한 자원은 대통령과 참모진영의 정신적, 시간적 여력.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여러 상황이 지도자들의 주의를 분산 소진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백악관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개발 시인 이후 12일 동안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토론 주제 중 하나는 우리가 회로에 과부하를 걸고 있는 것 아닌가였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도 “정보와 인적, 그리고 기술적 자원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 고위관리는 “동시에 여러 지역을 정찰할 수 있는 인공위성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지구 전역을 관장할 수 있는 고위 정책입안가는 한 줌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과부하가 치명적인 판단실수를 부를 수도 있는 일. 그러나 동시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미국적 기준에 따라 세계를 한꺼번에 재편할 수 있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역사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처럼 긴박한 상황들 속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창조적인 외교가 나왔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을 동시에 민주화한 것이나 62년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극복한 것을 극명한 사례로 제시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