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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관희/경찰 수사권 독립돼야 한다

입력 | 2002-10-21 18:31:00


21일은 57번째 경찰의 날이었다. 경찰은 국가공권력의 상징이고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법 집행기관이다. 현 정부 들어 경찰은 ‘제2의 창경(創警)정신’으로 과거의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 제도를 철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로 탈바꿈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일반인의 눈에 비친 경찰은 아직 국민과는 먼 곳에 있고 당당한 법 집행관으로서의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우리 경찰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 때문이다.

우리 경찰은 아직도 선진국에 유례가 없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 장관 등 정치권의 직접 영향권 하에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정치 편향적인 모습을 띠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제 도입이 무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에 필수이듯 진정한 경찰 민주화는 자치경찰제 도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범인 검거율 30% 정도인 영국 경찰이 국민에게 절대적 신뢰를 받는 이유가 바로 주민과 함께하는 자치경찰제의 전통이 뿌리 깊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15만 경찰관이 당당한 법 집행관으로 국민 앞에 서기 위해서는 검찰로부터 독립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해줘야 한다. 권한이 있는 곳에서 권위가 인정되는 법이다. 그런데 ‘모든 경찰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형소법 196조)는 법적 예속관계는 경찰이 검찰 앞에 무력한 모습으로 남게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이 경찰을 불신케 하고 경찰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경찰수사 발전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검찰에 수사권이 과도하게 집중되면 효율적인 수사행정을 할 수 없다. 또 검찰은 정부 내의 가장 권위주의적 권력기관으로 지탄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더불어 검찰기능 정상화에 중요한 개혁과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자치경찰제의 부분적 도입과 일정영역의 독자적 수사권 보장은 민주주의 국가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다. 경찰의 자질과 수준 운운하는 시기상조론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가졌던 일본 경찰이 1948년 국가공안위원회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권독립을 이룬 뒤 세계적인 경찰로 성장한 과정을 볼 때 우리 경찰의 민주적 개혁은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훌륭한 경찰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을 잘 정비하는 것과 같다. 대선을 앞둔 후보들이 정치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경찰의 발전문제를 경쟁적으로 공약해주기를 기대한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헌법학·한국경찰학회 부회장